너를 처음 봤을 때 생각은 어리다, 였다. 어리구나. 한눈에 봐도 알 만큼 어리다. 매끄러운 불과 초조한 눈에서. 붉은 손끝에서 알 수 있었다. 아직 빛이 죽지 않은 가방과 닮지 않은 로퍼에서 알아봤던 것 같기도 하다. -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 문화일보 당선작> 중에서
여전히, 내게는 겨울이면 기대하게 되는 책이 있다. 오랜 세월의 바람으로 어느덧 스쳐가기만 했던 시간이 몇 줄기의 바람으로 치환될 때, 이 어려운 삶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은 그렇게 가니까. 삶이란 그렇게 사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