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도발적인 책 제목을 보면서 일종의 '어그로 끌기'인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그런 식의 눈길 끌기가 효과적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굳이 답해야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답안이 뻔하고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이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답이 당연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문장을 SNS에 올린 것만으로도 '극우'로 매도되고, 북한 인권을 얘기하는 것이 마치 역린을 건드리는 것처럼 취급받았던 것이 바로 지난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기 때문에...
'반공'을 권력 유지의 한 방편으로 잘못 썼던 몇몇 사례들 때문에 반공 자체를 공격하는 것은, 분단국가의 국민으로서 너무도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까?
이 책은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시리즈에서는 상당히 쉽게 읽히는 편에 속한다. 마치 옛날 '바른생활' 교과서처럼 너무나 분명하고 당연한 내용을 써내려갔기 때문인데, 그래서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을 굳이 책으로 출판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믿을 수 없게도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 ‘대한민국 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할 수밖에...
책에서는 근본주의, 광신주의, 배외주의, 자의적 지배, 개인숭배, 집단주의... 지금 이 시대의 여러 악덕에 대해 거침없이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달아둔 3부의 경우, 21세기에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이념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단체가 만든 동영상 ’백년전쟁’의 왜곡과 허구, 그리고 그에 대한 반론으로 나온 ‘생명의 길’이라는 동영상, 정치에 매몰되어 종교인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사제들,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의 작가가 ‘반디’라는 필명으로 서울에서 출간한 단편집 『고발』이 보여주는 북한의 인권 실태...
PC주의 팽배만으로도 상식이 무너지고 세상의 도덕적 기준이 뒤틀리는 듯 해서 걱정스러운데, 아직도 낡은 좌파이념에 경도된 자들의 행태로 사회가 혼탁하고 시끄러운 것을 지켜보자니 이 땅의 이념전쟁은 언제쯤 종식될까 암담하기만 하다. 아울러, 이런 류의 좌파 가스라이팅에 대해 그간 '진보'라는 허울좋은 타이틀에 홀려 지나칠 정도로 너그럽게 받아주었던 것은 아닌지, 논쟁에 대해 몸을 사리고 방관함으로써 종북좌파가 득세하는 데에 나도 모르는 사이 힘을 보태준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터무니없는 얘기인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떠들어대는 자들이 있으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처럼 일부 사람들은 세뇌되어 동조하는 작금의 사태들을 목도하면서, 이제는 '반공'과 '북한 인권'처럼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하고 뻔한 내용이라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라는 격언에 기대어 넘어가기에는, 기술의 발달이 여론 조작과 선동에 너무 취약하고 악용되는 사례도 많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