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를 우리말로 풀자면 '박식가', '여러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흔히들 '다재다능하다'든가 '팔방미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간혹 이런 이들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정약용의 시대였다면 몰라도,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가 매일 쏟아지는 21세기에 과연 ‘폴리매스’가 어떤 의미나 가치가 있을 것인가?
나의 이런 의구심은 총 8챕터 중 세 번째 챕터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챕터 3에 이르도록 엄청난 수의 폴리매스들이 소개되었지만 정작 그중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 익숙한 이름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이들조차 대체로 어느 한 분야의 명성으로만 기억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이 여러 분야로 자신의 능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특정 분야에 매진했더라면 더 큰 업적과 성취를 이루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회의적인 시각으로 챕터 4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책의 의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작 학창 시절에는 졸음과 싸우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공부를 하느라 재미난 교양 지식을 별로 접하지 못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세상에는 기술 및 실용 지식 외에도 중요하고 흥미 있는 지식 세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p.164) |
피상적으로 생각하자면, 우리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선택과 집중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하고 집중해서 한 우물을 판들, 파편적 정보와 지식은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만간 AI가 대체할 우리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AI 시대에 과연 AI에 대체되지 않을 존재가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그에 대한 답이 이 책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다재다능한 천재에 대한 서술과 고찰이 아니라, 전문화/분업화의 시대가 통합적 사고의 시대로 바뀌는 대전환기에 우리는 어떻게 통합적인 인간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를 추종하는 문화 속에서 노동자들은 평생 한 직업에 충실한 것만이 자신이 생존하고 발전하는 유일한 길임을 좋게 말해, 기꺼이 수용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직업에 대해 환멸감과 허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p.167) |
한 가지 분야에 머무르는 것이 전문가의 면모로 인정받기보다는 변화와 발전 없이 정체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천재가 된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변화하는 사회 여건과 시대 상황에 맞춰 어느 방향으로든지 분화해나갈 수 있는 통합적 사고의 인간으로 발전해야 하는 대전환기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AI시대에, 대체불가능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적응하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