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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도서] 진이, 지니

정유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번에는 어떤 소설일까.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을 사로잡을까. 사람의 이름인 진이 혹은 지니라는 제목을 가졌다. 예상했던 스토리는 아니었다. 진이 혹은 지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진희 혹은 진이라는 이름을 지니라고 불렀다. 내 휴대폰에도 지니라고 저장된 이름이 있다는 거.

 

생물학을 전공한 침팬지 사육사이자 연구원인 이진이. 스승 장 교수를 수행했던 왐바 캠프에서 보노보들과 안녕을 말하고 도착한 킨샤사에서 홀로 거리를 헤매다 철창안에 갇힌 동물을 만났다.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였다. 커다란 눈이 마주친 순간 '난 진이야 이진이. 네 친구야.' 라고 말했다. 그녀 특유의 인사법 손가락 총을 쏘았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손가락 총을 쏘는 나를 발견한다. 하나의 모션이 하나의 감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순간. 교감이라는 게 발현하는 순간이었다. 처음 만나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그걸 우리는 소통이라고 표현한다.

 

한국과학대학교 영장류연구센터의 책임사육사로 일하던 마지막날 구조대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인동호 쪽 별장에 불이 났는데 그곳에 있던 동물들 중 유인원으로 보이는 침팬지가 나무위에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는다는 구조요청이었다. 장 교수와 함께 그곳에 갔다가 동물들과 친화력이 좋은 이진이는 다시 손가락 총을 쏘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난 진이야 이진이. 네 친구야.'라고 말하며 파인애플 조각을 큰 장대에 끼워 보노보를 내려오게 만든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한 보노보를 파인애플을 따라 단계별로 나무에서 내려오게 해 구조했지만 구조대원의 마취총에 맞아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장 교수와 함께 연구소로 돌아오는 길, 차 보조석에 보노보를 안고 탔다. 코너에서 고라니가 나타났고 그것을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보노보를 안고 있던 진이는 앞 창문이 깨져 보노보와 함께 튀어나갔다.

 

소리에 민감해 모차르트라 불린 김민주가 등장한다. 모든 것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는 더이상 부모의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쫓겨났다는 게 맞다. 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그의 손엔 이만몇천 원 밖에 남지 않았고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침팬지를 구경한 후 산 속의 정자에서 자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소리를 들었다. 운전석에 앉은 장 교수를 구했고 구조대에 연락했다.

 

나무에 매달려 눈을 뜬 이진이는 연구센터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기가 네 발로 걷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간이라면 이런 걸음을 걸을 수 없다. 자신이 보노보의 몸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급히 숙소로 들어가 필요한 것을 찾다가 다른 연구원을 맞딱뜨려 할퀴고 달아났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보노보를 찾기 시작했다. 산속 정자에서 진이 혹은 지니로 불리는 보노보와 민주가 조우했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영혼에 들어갔다는 건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꽤 자주 언급된 적이 있으나 인간이 동물에게 빙의되었다는 건 아주 생소했다. 아무리 보노보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영장류에 가깝다고 해도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듯 보노보 지니와 인간 진이의 영혼은 자주 왔다갔다 한다. 보노보의 몸에 진이의 의식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진이는 이 현상을 알라딘의 지니가 들어있는 램프 속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진이는 지니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상황을 꽤 자주 경험한다. 영장류 센터의 연구원으로서, 지니의 의식으로 경험했던 것을 민주의 메모장에 기록한다.

 

민주와 진이의 사흘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죽음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인간에 사랑이야기이며, 어떤 생물체에게도 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보다 근원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과 교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소통과 교감을 말한다. 작가가 그린 유인원 사육사로의 이진이는 동물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진이였기에 보노보나 침팬지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고, 보노보의 몸에 그녀의 의식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건넨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내 일이 아니라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인가. 내게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깊은 상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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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정유정작가의 작품은 [7년의 밤]과 [28]을 읽엇는데 이 책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ㅎ

    2019.07.11 08: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왜요? 더 다정한 소설이에요.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2019.07.11 09:43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꽃과 함께 있으니 진이 지니가 더 순해 보여요, 저도 참 재밌게 읽었답니다. 초기의 그녀 작품을 보는 듯, 억지스럽지도 않고 내용에 울컥하기도 하면서 봤네요!!

    2019.07.11 19: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ㅋㅋㅋ 역시 배경이 중요한가 봅니다. <진이지니>가 순해 보이니 말예요.
      좋았지요? ^^

      2019.07.12 09:41
  • 파워블로그 산바람

    금계국과 함께한 책의 표지가 감서을 자극합니다.
    가끔 들리지만 진지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19.07.11 20: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바람님^^

      2019.07.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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