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렸을적부터 이야기와 함께 자란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졸랐던 때부터 시작이다. 그런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된후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때도 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이에게 해준 건 동화였다. 동화를 읽어주다보면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느냐고 질문의 질문을 거듭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거듭하다보면 하나의 이야기는 곁가지를 들어내며 여러 개의 이야기로 된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늘 이야기에 목말라있는 것 같다. 유년 시절의 기억때문일 수도 있고, 현실의 힘든 상황을 이야기로 잊고 싶은 것일수도 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소설 그리고 드라마 등, 수많은 이야기가 사랑받는 이유와도 같다.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는 이야기가 빚어내는 뇌과학적인 측면의 비슷한 점을 들어 설명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수많은 영화와 소설 들이 우리 뇌에서 빚어지는 감정들의 연관성을 피력했다. 제4장에 걸쳐 스토리 텔링의 과학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1장에서는 만들어진 세계, 2장에서는 결함 있는 자아, 3장에서는 극적 질문, 4장에서는 플롯과 결말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많은 이야기가 예기치 못한 변화의 순간에 시작된다, (30페이지) 라고 하였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평범하지 않는 삶 혹은 생각을 가진 내용들이 나오면 그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어 깊이 빠지게 된다. 이것은 뇌가 변화를 감지하여 신경 활동이 급격히 증가된다. 신경 활동은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 즉 우리의 모든 경험들이 뇌 속에 정보로 저장되어 통제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야기 흐름에 예기치 못한 순간을 넣어서 주인공의 주의를 끌고, 나아가 독자나 관객의 관심으 끌여들인다. 역사적으로 이야기의 비밀을 밝히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변화의 의미를 알았다. (중략) 변화의 순간은 결정적이므로 대개 첫 문장에 응축된다. (32페이지)
수많은 작품들에서 첫문장은 무척 중요하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까 강조하기도 하는데,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게 만드는 것이 첫 문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들 속 첫 문장들 중에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 작품이 가진 소설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떠한 내용이 첫 문장 다음에 올 것인지 궁금함에 계속 읽게 되는 순간이다.
시각을 완벽한 것처럼 경험하는 것은 변화에 대한 뇌의 집착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밝혔다. 우리가 꾸는 꿈과 독서의 원리 또한 뇌가 그 파장을 받아 신경계 모형으로 변환시킨다는 것이다. 책에 적힌 단어나 혹은 마법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면 뇌는 그 마법사의 모형을 만들어 작가가 만든 세계를 각자 구축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장면들을 상상하게 되는데 그 것을 말하는 부분이었다. 신경과학자 벤저민 베르겐에 따르면 우리가 단어를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형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작가가 배치하는 단어의 순서는 무척 중요하다. 매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처럼 괴물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는 정확한 묘사여야 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묘사하여야 한다.
이야기에서 인물은 중요하다.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건 완벽하지 않는 인물 때문이다.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읽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설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유능한 집사인 스티븐스를 결함을 가진 인간이라 여기지 못했었는데 저자는 스티븐스가 가진 결함을 설명한다. 저택의 중요한 행사를 총괄하는데 있어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보러 올라갔음에도 행사 때문에 그냥 내려왔고 스티븐스 시니어의 죽음이 임박했음에도 집사의 의무를 다하려 했었다. 불완전한 존재를 만들어 독자의 머릿속에 환각을 심어 환각 속에 갇히게 만든다.
우리는 작품 속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경험하기 때문에 우리도 인물처럼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극에 주의를 빼앗긴다.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만드는 인물이 없다면 사건은 아무런 의믿 없는 현상일 뿐이다. (135페이지)
'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극적 질문이 필요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극적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할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완벽한 삶이 없듯 완벽한 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의 패니 프라이스가 부유한 친척 토머스 경에게 차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패니 프라이스가 되어 화를 내며 지켜보게 된다. 몇 년 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이것이 나보코프가 그린 장치였음이 밝혀졌다. 계속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험버트를 부족하고도 결함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야 했고, 잘생기고 좋은 옷을 입고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했다. 또한 험버트가 롤리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롤리타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몰고 가야 했다. 즉 롤리타의 어머니가 사라져야 했고, 롤리타가 험버트를 만나기 전에 클레어 퀄티라는 남자와 도망쳐야 했다. 나보코프의 생각대로 험버트를 미워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성인이 된 우리가 진실이라고 경험하는 환각은 우리의 과거에 구축된 것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의 상처를 통해 세계를 보고 느끼고 설명한다. (224페이지)
이야기는 진실한 위안을 준다. 고도로 사회화된 종인 우리가 받은 저주는 우리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두가 타인과 잘 어울리고 성공하고 싶어하므로 우리는 거의 항상 상대에게 조종의 대상이 된다. (중략)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결함 있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266페이지)
우리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위의 발췌 문장에서처럼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이다.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책이 된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그려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음을, 우리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다해도 나보다 힘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공감을 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이야기의 탄생을 뇌과학 측면에서 바라본 글이었다. 이야기 속에 빠지기 위해 필요한 인물의 결함과 극적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들에서 뇌 속에 저장된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이야기가 탄생되었다. 우리가 인물들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놀라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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