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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도서] 조각들

미나토 가나에 저/심정명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한 소녀가 자살했다. 엄청난 수의 도넛에 둘러싸인 채 말이다. 외모를 비관해 자살했을 거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를 댈 수 있다. 만약 그 도넛을 엄마가 직접 해서 먹였다면 엄마는 아이를 학대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기본적인 판단을 하게 한 후에 소설이 시작된다. 이후에 발견되는 내용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너무나도 닮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다.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여러 사람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소설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다시 비슷한 포맷으로 돌아왔다. 미용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주제로 심리 미스테리를 다시 펼쳐 보였다. 한 소녀가 도넛에 둘러싸인 채 자살한 후의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서 말을 하는데, 과거 미스 재팬이었던 미용외과의사인 히사노가 이끌어간다. 성형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타인의 시선때문에 힘들었던 고백을 듣고, 죽은 소녀와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소녀가 왜 죽었는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를 찾아가는 스토리다.

 

 

히사노에게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히사노와 친하게 지냈던 시호를 비롯해 호리구치, 아이돌인 기사라기 아미가 찾아와 코를 고친다던가, 지방흡입술을 해달라며 대화를 하는 식이다.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인물이 요코아미다. 뚱뚱해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요코아미는 요코즈나(일본 씨름에서 최고 씨름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라고 불리는데 학교 신체검사에서 체육선생님이 크게 외치는 요코아미의 몸무게를 몰래 숨어서 들은 아이들은 반 전체에 소문을 냈다.

 

아주 어렸던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건강검진을 위해 체중계에 올라갈 때는 늘 조심스럽다. 누군가 내 몸무게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 아마 아주 마른 사람 외에는 모든 여성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한다. 다만 몇 킬로라도 적게 나오기 위해 건강검진일 일주일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직장 건강검진 기록부에 적혀진 숫자를 다만 1킬로그램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 그래서 64킬로라고 소문이 난 요코아미가 느꼈을 부끄러움이 이해되었다.  

 

 

 

 

죽은 소녀 기라 유우는 요코아미의 딸이었다. 다만 유우는 체중이 많이 나갔어도 건강한 체형이었다. 댄스 뿐만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밝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런 기라 유우가 갑자기 살이 더 찌게 되었고 도넛에 둘러싸여 자살했다는 소식은 엄마인 요코아미와의 관계에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게 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요코아미, 기라 유우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서 점점 진실에 다가가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히사노가 미스 재팬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처음에 언급했다. 학교 다닐때에는 봉사활동도 했으며 현재는 뷰티클리닉 의사다. 그와 면담했던 사람들은 히사노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었다고 말한다. 재색을 겸비한 히사노는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요코아미를 뚱뚱하다고 놀리지도 않았다고 말이다.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기라 유우가 왜 죽었는지 알게 된다. 유우와 요코아미가 느낀 강한 유대감과 요코아미가 느꼈던 상처와 박탈감이었다. 유우 또한 아버지가 외국에서 돌아온 후 느꼈던 감정들까지 그 진실을 알게 된다. 그 진실은 씁쓸하다. 행복하기 위해 도넛을 먹었고, 추억하기 위해 도넛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극적인 생각을 하고 자극적인 소문을 냈다. 드러난 진실은 아프다.

 

마나토 가나에는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는 주제를 말하였다. 그럼에도 죽은 소녀가 130킬로까지 갔다는 것에는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엄마를 탓했을지 모른다. 그 속에 숨은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녀의 죽음은 안타깝다. 우리들의 시선은 어떤가를 묻는다. 편견의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지, 여전히 날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하는 마음을 내비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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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남녀노소 누구든 일단 뚱뚱하면 덜 이뻐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자신의 몸이 늘어나려면 약간의 경고를 주는 듯. 그 순간에 잘 조절하지 않으면 확찐자가 되지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날씬하냐 그건 아니지만 더 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서서히 저도 늘었답니다.

    상처를 주지 않아도 상대방이 상처로 받는 경우도 있음을 압니다. 마찬가지로 상처를 줘도 상처를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도 있고요. 자신의 처한 상황따라 받아들임이 다름을 압니다. 현대 사회는 미모와 체형을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인데 골 빈 사람보다는 지성미가 났지만 미모도 있고 지성미까지 있다면 재수없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상대를 뭉개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졌지요.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닌...

    2020.07.26 23:1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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