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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도서] 2인조

이석원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처음부터 나에게 이석원은 작가였다. 책을 먼저 읽었고, 책을 먼저 읽은 후에야 그가 노래부르는 뮤지션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음악을 찾아 들었다. 들어보지 않은 음악이어서 낯설었다. 그저 읖조리듯 노래부르는 스타일이었다는 거를 느꼈다는 정도였다. 그 뒤로도 계속 나는 그의 책을 읽었다. 어느새 에세이스트가 된 그의 책은 가만가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왜 우리는 그의 글에 위로를 받는가. 아마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감정과도 같다. 




작가의 다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그저 습관처럼 그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이석원의 에세이는 반가운 책이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25 년 만에 정신의학병원을 찾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때문에 힘들었던 나를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점차 나를 사랑하게 된 과정들을 담담하게 말한 작품이다.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을 일기처럼 쓴 글들이다. 이 글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나는 작가가 음악도 잘하고 글도 잘써서 음악을 하는 중에 책을 쓴 거로 알았다. 이번 책을 읽다보니 그에게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던 음악이었지만 일이 되어버린 음악은 즐겁지 않았다는 거를 알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음악과 글이 서로에게 출구와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고 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음악을 그만둔 거였다는 사실에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일 것 같았다. 




『보통의 존재』가 출간되었을때부터 그의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있다. 간간이 소식을 전하는데 내가 재미있게 읽은 건 독자들에게 건네는 질문이었다. 어딘가를 가야 하는데 두 개의 옷 사진을 걸어두고 어떤 게 더 나을지를 물었다. 그러한 질문을 할 때마다 슬며시 미소를 짓곤 했는데 이 책을 보며 그가 옷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거를 알았다. 마음에 든 옷을 발견하고 그 옷을 장만하는 일이 무척 좋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눠 준 전단지의 글을 기억했다.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였다. 직물 염색으로 인한 땅과 물의 오염으로 지구를 파괴한다는 사실에 가슴아파하며 좋아하는 옷을 사는 일을 좀더 줄이겠다고도 했다. 그는 소심하여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다. 그저 취미 수준의 옷을 구매하는 일보다 조금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하였다. 




책을 쓴다는 건 몸이 물에 반쯤 잠긴 채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상태와도 같다 수시로 잠겼다가 떠오르길 만 번쯤 반복하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오늘도 나는 한 번 깊게 가라앉아 이대로 숨이 멎는 줄 알았다가 저녁때 가까스로 떠올랐다. 이렇게 또 원고의 일부를 채운다. 오늘 하루, 아니 주말 내 헛수고를 하지 않은 셈이 되어 안도했다. (205페이지)


그는 매일 쓰고 산책하고 매일 쓰고 밥 먹고 또 그 과정을 되풀이한다고 했다. 쓰는 일 외에 다른 거를 하지 않을 정도로 글쓰는 작업에 매달리는 그의 글은 읽기에 편하다. 사람들에게 읽히기 편한 글을 쓰기 위해 그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고 밝혔다.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하므로써 자신의 능력에 맞는 방식이라는 거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와인 가게를 했을 때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옮겨가며 그의 눈에 들게끔 했던 작업이 결국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 거였음을 알고 난 뒤의 일이었다. 


책의 첫머리에 보면, 글 맛을 살리기 위해 표기와 맞춤법 등을 저자의 스타일에 따른다는 문장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광고로 표현되는 '선전' 같은 거. 옛날 표기 방식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예전에 우리가 메이커라고 불렀던 것을 지금은 브랜드라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옛날 습관대로 메이커라는 말을 사용하다보면 옛날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말을 가까운 이에게 했던 것처럼. 




 '남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자기 자신마저 속이며 살아본 사람,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더 먼저 생각해온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작가는 그렇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게 자기를 지키는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나를 사랑하는 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에세이는 자기를 사랑하는 일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해도 되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이다. 다른 사람의 판단 혹은 의견 따위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 하고 싶은 일을 내 선택에 의해 하면 그게 행복인 거다.  


공교롭게 이 책과  『헤세의 인생공부』를 함께 읽었었는데 작가가 추구하는 것과 헤세가 말한 문장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자신에게 이른다는 것은 '나답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다른 문장은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영향을 받는 것은 곧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세상의 잣대는 필요없다. 나다운 삶을 사는 게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석원 작가가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그걸 기억하자!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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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goodchung

    저도 적가의 책을 한권 읽은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2020.12.23 14: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저도 읽은 책 제목이 생각 안나 연관어로 검색해보곤 해요. ㅋㅋㅋ

      2020.12.23 20:10
  • 무학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직업이라면 더할나위 없고요.

    2020.12.23 15: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음악을 하는 일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 좋아하던 음악도 일이 되면 행복하지 않다고 작가가 그러더라고요. 그러나 쓰는 일은 행복하겠죠! ^^

      2020.12.23 20:11
  • 스타블로거 ne518


    저는 언니네이발관이라는 거 알았어요 소설만 봤군요 예전에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에 일기를 자주 썼다고 하던데, 그런 건 거의 못 봤네요 친구가 참 좋아했는데, 그 친구하고는 연락이 끊겼군요 언니네이발관 6집을 제가 샀군요 그때 마지막 앨범이다 했던 게 이제 생각납니다 자신답게 살기 어렵기도 하죠 그래도 그게 더 편하고 즐겁겠지요 글을 마음을 다해 쓰는군요


    희선

    2020.12.24 02:16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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