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말인가? 글인가?’
난 책을 펼쳤을 뿐인데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듯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잔나비 최정훈 추천사의 일부이다. 글이 저자의 편안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건지, 아니면 익숙한 저자의 유명세에 글의 분위기를 앞질러 가는 건지. 책장을 넘기는 순간 국민 아나운서의 푸근한 모습이 시야를 가리는 듯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마치 인간극장의 내레이션으로 들렸다.
테크닉이 아닌 태도로 접근하는 말하기의 독보적인 진행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 책의 저자는 이금희 아나운서이다. 아픔과 상처를 털어놓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 능력이 돋보이는 이금희 아나운서라 이 책에서도 따뜻한 위로의 글과 치유적인 요소도 보인다.
책 표지를 보니, 꽃에 파란 말풍선이 꽂혀 있다. 말 한마디가 꽃으로 변하게도 하고, 말이 꽃을 쫓아가기도 하는, 아무래도 이금희식 말하기 수업은 향기가 가득한가 보다.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거라 믿고 그렇게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이 물음에 이금희 아나운서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기본적으로 거기 있는 분들을 믿는다고 한다.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 저자가 만난 말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믿을만한 구석은 마련해 둬야 말이 술술 풀리나 보다.
이 책에서는 굳게 닫힌 마음과 입을 열게 하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소통법을 소개하고 있다. 소통법의 마지막 단계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적어본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 준비하세요. 크고도 오래가는 에너지를 전달해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려면 할 말을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만 써보세요. 1분 동안 말을 해야 한다면 세 단어만 추려 머릿속으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가면서 말해보세요. 문장을 쓰면 의존하게 되고 쓰기 실력만 늘 뿐입니다』
글은 참 잘 쓰는데 대화는 글에 비해 매끄럽지 못 한 사람이 있다. 중요한 건 문장이 아니라 단어였던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5분이든 10분이든 ‘말’을 해야 한다. 마음속으로 웅얼거리기만 하지 말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실제로 소리내어 말하는 연습을 해야하며, 충분한 준비와 연습으로 말하기의 자신감을 쌓아야 한다고 이 책에서 여러번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입술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표정은 속이지 못해요. 행복하다고 말하는 입술을 믿지 말고 행복해서 저절로 웃음 짓는 표정을 믿어야 하더라고요』
진정한 대화는 말이 아니라 표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함께 차를 마시는데 오고 가는 대화 한마디 없어도 편안한 사이가 있지 않은가. 둘 사이의 표정으로 이루어진 분위기가 어쩌면 수많은 대화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는 말로 인해 상처를 자주 받으시는 분과 차분한 소통법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