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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도서] 미술관 읽는 시간

정우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러분의 건강을 살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미술관에서 일하다 보면 갑작스레 빈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분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세심하고 배려 깊은 이 책의 저자인 정우철 도슨트가 수줍은 마음으로 전하는 진심이라며 남긴 말이다. 미술관은 대개 창문이 없는 데다, 환기 시설도 잘 갖춰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많은 인원이 밀집하면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 관람하다가 현기증을 느끼는 관람객이 있다고 한다.



『미술관 읽는 시간』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저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책이 180도로 펴져서 그림 감상하기에 아주 좋다. 만든 이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인데, 들어가는 문구가 ‘이 책이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 되기를’이다. 해외에 있는 것도 아닌데, 표면적으로는 미술작품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주는 말이지만, 미술계가 서양 화가 쪽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깊게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전시회에서 작품의 놀라운 발상을 마주할 때면 일상에선 느끼기 어려운 감정에 자극받고, 잠들어 있던 감각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부분에선 책도 그렇다. 새로운 감각과 경험은 책에도 있다. 그런데 심지어 미술과 책이 만났다. 이 두 가지가 더해져 머리를 꽉 채워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을 맛볼 수가 있어 좋다.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멍 때리는’ 분위기와 상반되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격 7인의 화백 소개와 그들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의 상세한 안내 및 각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미술관 방문이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들에게 솔깃한 팁을 알려주는 부록 같은 페이지도 있다. 미술관 가기 위한 준비들과 전시 직전에 살필 것들, 관람 시작부터 출구로 나오기까지의 세세한 설명과 미술관 에티켓을 다정하게 남겨 두었다.



이 책에서 눈에 들어온 작품은 이중섭의 흰 소(1954)와 이응노의 군상(1986)이다. 먼저 이중섭 화백의 ‘흰 소’를 보면, 흰색의 터치가 마치 뼈를 연상케 한다. 한국전쟁이 휴전한지 얼마 안 된 때라 굶주린 서민의 모습도 보이지만, 강렬한 눈매와 붉은 코에 입술, 힘찬 발길질을 하는 품새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해에 그려진 만큼 활력이 넘친다. 이응노 화백의 ‘군상’을 본 순간, 던져진 개미 떼가 벽에 붙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 멀리서 본 후 가까이 가서 보니 각기 다른 움직임의 모습이 보였다.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제각각이지만, 멀리서 봤을 때 거미줄처럼 얽힌 하나의 모습이라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세상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화백의 마음이 느껴졌다.



책을 넘기다가 며칠 전에 읽은 그림의 힘 2에서 최고로 뽑은 작품인 김창열 화백의 ‘회귀’를 만났다. 그런데 ‘회귀’라는 작품이 다양해서 놀랐다. 저자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다시 책을 뒤지고, 검색을 시작했을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의 작품명이 ‘회귀’라는 것을요. (…) ‘회귀’는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토양과 풍토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작가의 작품에 비슷한 모티프가 반복됩니다』



책 내용 보다 저자의 세심함에 반했다. 영화를 전공한 분이라 작품 설명이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다수의 방송 출연 경력도 있는 것 같은데 찾아서 봐야겠다. 『미술관 읽는 시간』은 미술관을 가보고 싶은데 망설이는 분께 권하며, 초심자 가이드북으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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