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한민, 박성미, 유지현 저 | 시크릿 하우스 | 2022년 10월
『매력적인 인물들의 성격과 주요 사건의 전개, 인물 간 갈등에는 심리학적 지식이 숨어 있으며 K - 콘텐츠를 사랑하는 세 명의 심리학 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그 비밀을 밝혀보고자 한다. 저자들은 문제적 캐릭터에 주목했다』
이 책은 ‘성격 스펙트럼’으로 캐릭터 설정을 정리해 나간다. 성격의 유형을 분류하여 그에 따른 발생 원인과 성격별 특징을 기록하고, 관련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요약해 놓았다.
구분해 놓은 스펙트럼을 보니 생각나는 인물들이 있다.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믿음이 강한 ‘자기 확신’ A 군 성격 스펙트럼에는 소설 ‘기척’의 ‘베’이다. 남편이 아내인 ‘베’에 대해 생각한 아래의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참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첫날 베에게 말을 걸기는 너무 쉬웠다. 마치 운명처럼 편안했다. 솔직히 나는 베가 훨씬 더 나를 경계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깨너머로 주위를 살피지도 않았다. 타고나기를 의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나중에야, 아마도 그건 베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늘 이기는데 다른 사람을 경계할 이유가 있겠는가」
감정적이며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타인 통제’ B 군 성격 스펙트럼에서 생각난 주인공은 얼마 전에 종영한 작은 아씨들의 ‘원상아’이다. 이 드라마는 ‘원상아’때문에 봤던 것 같다. 이 유형의 특징인 무법자에 히스테리성 성격을 지닌 자기 파괴자를 완벽하게 갖춘 캐릭터이다.
불안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불안 초조’ C 군 성격 스펙트럼에는 펜트하우스의 ‘주단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완벽주의자에 은둔형 외톨이인 맹목적 조력자의 특성을 지닌 주인공이다.
소설 기척의 ‘베’와 작은 아씨들의 ‘원상아’ 그리고 펜트하우스의 ‘주단태’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은 창작자가 알아야 할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시작으로 스토리에 활기를 넣는 방어기제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다양한 활용법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재미와 함께 MBTI로 성격 스펙트럼을 구분해 놓은 부분도 캐릭터의 기본 설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서 말한 문화와 사회적 영향 때문에 정신장애를 겪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사람이 ‘성향’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지만, 그 성향이 발휘되는 건 ‘상황’에 의해서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가슴 아픈 병력의 이면을 이용하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지만,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인물이 가진 어두운 면이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거리기에 더 파고들 수밖에 없다. 비록 캐릭터 설정에 관한 가이드지만, 성격 스펙트럼의 이해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어쩜 이 책의 세분의 작가는 캐릭터를 핑계 삼아 그들의 고충을 알리고자 한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