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뇌를 훔쳤습니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신체기관은 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사랑의 언어를 해석할 때 이 두 기관을 바꿔 놓으면 황당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이다. 감정과 인지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이 뇌라는 건 오늘날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궁극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머물 수 있게 하는 능력 역시 뇌의 소관이다. 그런데도 언어는 왜 여전히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걸까? 우리는 왜 낭만과 열정을 심장의 일로 치부하는 것일까』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저 / 김희정,염지선 역 | 생각의힘 | 2022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을 저자의 러브스토리와 뇌과학에 연계하여 다룬 책이다. 뜬금없이 `의로운 소` 누렁이가 생각났다. 이웃에 살며 자신을 남달리 사랑해 주던 김보배 할머니가 사망하자 고삐를 끊고 사라졌다. 깜짝 놀란 주인 부부가 누렁이를 찾은 곳은 바로 김 할머니의 묘소였는데, 발견 당시 누렁이는 묘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 영정에 문상하며 한 달 동안 슬퍼했다. 누렁이가 19살 되던 해에 온몸이 마비된 채 김 씨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혀로 핥고 생을 마감했다.
비록 동물이지만 이게 뇌가 시킨 거라면 너무 웃기지 않는가? 뇌는 냉정하여 차갑다는 인식 때문에 더 웃음이 나온다. 결국 뇌가 뇌를 그렇게 인식시킨 셈이다. 사랑이 자리하는 건 심장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장 중심적 가설에 한 표를 던진다.
시작 그리고 이별할 때 공통적인 신체 증상 즉, 심장을 조이며 빨리 뛰게 한다던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면 ‘사랑’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과연 뇌가 심장에 신호를 보낸 것일까? 눈물은 뇌의 신호일지 몰라도 심장을 건드리는 건 사랑의 힘이라고 믿는다. 상실감과 비애로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잃은 누렁이와 이 책의 저자인 스테파니와 존의 러브스토리가 많이 닮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서로 간의 의지가 한몫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삶의 의지를 꺾어 놓으니 말이다.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겠다고 선택한 것이었다』
다들 심장은 뜨겁게 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솔로라면 뇌가 선택을 안 하는 것뿐이다. 심장은 불타오르는데 차가운 뇌가 문제다.
『사랑이 신체의 건강에 발휘하는 진정한 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한다는 데 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만성적인 외로움으로 인해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다』
사랑하고 있다면, 앞으로 사랑을 할 거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일에 뇌보다는 심장의 동의를 구하길 바란다.
이상하게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싶은 분께 권하고 싶다. 상실과 관계 본질의 여정에 함께하다 보면 치유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유의 깊이에 따라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