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 불황이 시스템적인 문제라 지적한 릿쿄대학 경제학과 사이토 세이치로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풍요의 기억과 경험의 여유로운 감정에서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위기 의식을 떨어뜨리고, 정치를 통한 시스템 개혁의 국민적 여론이라는 동력을 낳지 못한 악순환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IMF도 극복했겠다 덜 쓰고 아끼면 된다는 긍정적 존버 근성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과거 일본의 풍요 속의 여유로운 감정이 현재 우리나라 주역인 청년층의 뿌리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과 갓 중년층은 원래 선진국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모습만 봐온 터라 부모 세대와는 달리 위기의식을 크게 못 느낀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라고 말한 유시민 작가는 기성세대와 경험하고 있는 국가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불황의 대처법은 객관적 통계가 아니라, 주관적 기억이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2023 트렌드 모니터』는 불황 속 통제의 방향이 ‘사회’에서 ‘나’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상생활의 생각과 태도를 담고 있다.
『2023 트렌드 모니터』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최인수,윤덕환,채선애,이진아 저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20대 남녀를 중심으로 한 젠더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더 크게 흥행하여 대리만족으로 인해 굳이 연애나 결혼해서 고생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에 더하고 싶은 말이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외모나 스펙은 현실적 평균치를 월등히 넘는 사람들로, 부러움의 대상들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리만족과 함께 연애에 대해 자포자기를 시키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초식남뿐만 아니라 절식남이 나오는 건 대중매체가 부추기는데 확실히 일조하고 있다.
세대 크로스오버 콘텐츠 확산될 가능성이 커, 어르신들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 등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의 등장은 앞으로 더 확산되면서 ‘고딩엄빠’, ‘금쪽같은 내 새끼’, ‘슈돌’ 등은 밀려나고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올 것 같다.
오프라인 쏠림 현상이라는 말에 놀랐다. 오프라인이라는 말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인증형 체험으로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콘텐츠를 찾아다니며 경험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온, 오프라인 시장이 함께 간다는 건데, 인증형 소비 확산이 어쩌면 바람직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편의점에 가면 친숙함과 익숙함이 결합한 주류를 볼 수 있다. 바밤바 막걸리나 아맛나 맥주 등 다양하다. 주류뿐만 아니라 장소나 의류, 음식 등에서 이미 진행된 부분도 있겠지만, 레트로와의 콜라보를 이용해 사업 구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나’로 회귀하는 요소로 시니어, 오프라인, 레트로를 골라 봤는데,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려울수록 옛 생각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먹히는 시대의 시작이다. 불황을 극복한다는 딱딱한 대처방안보다는 옛날 사람, 옛것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일이 일상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는 알고 싶은데 복잡한 건 싫은 분께 『2023 트렌드 모니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