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철학자이다. 프롬은 의술이나 예술이 그에 관한 기술을 익혀야 하듯이 사랑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별 준비없이 적당한 기회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프롬은 사랑이라는 인간 활동이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독립된 활동, 즉 하고 않고를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님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성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과 맞닿은 문제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당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오채환 지음
(주)자음과 모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두 자매는 서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라면 다 징그럽다면서 싫어했던 동생이 이제는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것을 두고 언니는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멋있는 사람이 생겨서 저절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에리히 프롬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사랑에 빠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번째 실수라고 말하며 그런 것들이 사랑을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언니는 자신이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고 했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두 자매의 시선으로 부모님들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자신들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 상황에 맞추어 아이들의 대화나 생각 속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철학 돋보기] 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 서술하는 내용 중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인 '소유와 존재'에 대한 부분은 「사랑의 기술」 을 읽었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새롭기도 했다. 연애 단계에서 상대방의 환심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는 존재 양식을 유지하지만, 결혼이라는 단계를 넘어가면서 대체로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된다는 것. 사랑이 식었다거나 사라졌다는 것도 실은 사랑이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되기 쉬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을 '존재 양식(being mode)'과 '소유 양식(having mode)'로 구분하면서,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예컨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다가 배를 가르는 것이 잘못된 소유 양식이라면 거위가 건강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 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성애부터 형제애,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애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남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중요한 사실 또한 전해진다.
사랑에 대해서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세 번째 잘못은,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다'는 영속적인 상태,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머물러 있다'는 상태를 혼동하고 있는 데 있다.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의 설명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에서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던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논제로 끌어올려 함께 생각해보게 이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관심, 정신 집중, 자발적 훈련, 인내심을 들고 있습니다. 이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실천과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란 질문을 함께 나눠보았다. 아이는 '관심' 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예전에는 '관심' 이었는데 요즘은 '인내심' 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라며 웃어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