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부터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여성분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그보다 매력적이다.
처음에 사진 촬영을 요청했을 때 그녀는 거절했지만 지나가던 또 다른 할머니가 우크라이나어로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행인의 말에 납득한 듯, 여성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포즈를 취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는 통역사에게 물었다. “다른 여자분이 뭐라고 하신 건가요?"
"당신은 이 나라 여자들을 대표해야 하니까
사진 찍는 걸 거절하면 안 돼요'라고 했어요.
‘이제 영원으로 가는 거예요!'라고요.”
_우크라이나 오데사
때로는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문뜩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말을 걸어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말이나 긴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상대방의 사적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갈팡질팡하다 결국 상대방의 문을 열어버리는 일이니 나의 내면의 공간을 오픈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갈팡질팡만 하던 발걸음을 완전히 붙잡아 버린다. 그러기에 전작 휴먼스 오브 뉴욕을 넘어 더 넓은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 더욱 이끌림을 느꼈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들. 때로는 가볍고 사소한 이야기가 짤막한 한 줄로 나를 두드리며 편안을 얻고, 때로는 구구절절한 몇페이지의 글들로 다양한 인생사를 보고 있으면 요즘같은 지친 시기에 '하긴 이런 것이 삶이지'하며 위안을 얻었다.
전처가 부동산을 가져갔지 난 평화를 가져왔고"
_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점심을 먹기 전인데 쿠키를 먹고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 할아버지한테는 아무 규칙도 없거든요"
"항상 제가 못된 사람인지 궁금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절 차갑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는 차갑지 않거든요. 또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요. 하지만 사람들과 알아가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냥 저는 방어적인 것 같아요. 제 느낌에 대해 정말 말하지 않거든요. 그런 걸 많이 얘기하면 할수록 더 오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전 가까이 다가앉는 걸 안 좋아해요. 안는 것도 안 좋아하고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 건드리는 것도 싫어하죠. 저 자신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람들이 금세 저를 안다고 느끼는 걸 원치 않아요."
_폴란드 바르샤바
요즘같이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기.
나 대신 작가가 담아온 사람들의 모습들을 넘겨가며 듣다보면, 어디있든 막혀있는 듯 답답함을 느끼는 이 코로나시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여러가지로 나에게 '쉼'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