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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도서]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김탁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 앞날개, 저자 소개글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웃음으로 저자가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곡성에서 쓰리잡을 뛴다(?)고 합니다. 글농사, 논농사, 텃밭농사.

첫 장을 넘깁니다. 날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짜 일기인가 봅니다.

열두 달을 부르는 고유의 이름이 있는 인디언들처럼, 저자도 1월부터 12월까지 멋진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1월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2월 겉을 뒤집고 속을 뒤집는 달, 3월 마음껏 나물을 먹는 달, 4월 흙과 사귀고 싹을 틔우는 달, 5월 못줄 따라 내일을 심는 달, 6월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7월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 8월 멱감고 그림자를 키우는 달, 9월 벼꽃 닮은 사람을 만나는 달, 10월 해도 보고 땅도 보는 달, 11월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 12월 반복을 사랑하는 달. 이렇게 한달 한달에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채워나간 일기장을, 제철 마음 한번 먹어보리라는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펼쳤습니다. 1월 2일, 곡성에 숙소와 집필실을 정하고 꾸민 날로부터 시작되네요. 어느 하루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특히 1월 13일 <주저흔>이라는 제목 아래 쓰인 여섯 문장, 그 중 '첫 문장을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더 대담하게 더 섬세하게 더 느리게 더 더 더 머뭇거려야 한다.'에서는 글쓴이의 삶의 태도를 마주한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에는 장선습지로, 또 어느 날은 섬진강 들녘을 따라 거닐게 됩니다. 다방면의 책들과도 만나고, 미실란의 여러 동물들과도 안면을 틉니다. 동네책방도. 그러다 2월, 추억을 불러오는 강가와 둑방길이 정겹게 보입니다. 시골살이가 실감나는 대목, 장 담그기를 준비하는 날이 눈에 띕니다. 3월, '선택한 과거와 만들어야 하는 미래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돌을 깎는 바보'라 스스로 명명한 장편작가의 작업이 시작되는 달이더군요. 생활인으로서의 기록도 재밌습니다. 빨래를 하고 꽃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고 그러다 또 집필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3월 하순께에 쓴 '봄비가 몰고 온 비린내만으로 빵을 구워도 맛있겠다'는 표현에 홀딱 반했습니다. 4월, 봄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일상이 보였습니다. 볍씨를 뿌렸다 하니 비로소 진짜 농부인가 싶었습니다. 6월엔 손 모내기와 작은들판음악회가 있었나 봅니다. 7월의 소나기, 채식 위주의 식단, 8월의 이른 가을장마, 9월의 노을과 코로나백신접종 이야기, 첫 추수가 있던 10월, 강물처럼 소박하고 단정하게 지낸 일상이 그와 잘 어울리는 삽화와 함께 엮어져 있습니다. 심심치 않게 본문 중간중간에 나왔던 그림은 글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입니다. 뿅뿅다리는 삽화가 아니었더라면, 궁금해 못 견딜 뻔 했습니다. '글밭도 일구고 텃밭도 일구고' 10월 27일자 일기의 전문입니다. 바지런하고 재주 많고 복도 많은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월이 가기 전에 장편소설 초고를 마쳤다는 일기가 보입니다. 얼마나 뿌듯할까, 홀가분할까,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자, 한 해의 마지막 날 쓴 맨 끝문장을 여기에 옮겨놓고 싶습니다.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언제나 생방송이고 리허설도 없이 써내려간 이 <섬진강 일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섬진강가 바람소리를 들은 듯하고, 장화에 흙 묻혀가며 밭일도 한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책으로 세상에 나올 한 권의 소설도 기대되고요.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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