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명강'라... 서울대를 가면 명강의를 들을 수 있나? 서울대가 좋은 학교이고 좋은 교수가 많은 것은 맞지만, "좋은 교수=명강의"는 항상 참이 아닐 뿐더러, "명강의=연구잘함"도 항상 참이 아닐텐데...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지만 좀 거시기하네.
옛날에 기하학개론이란 과목을 들었더랬다. 이상한 공리라는 것을 배웠는데, 그 공리를 기반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를 증명하라고 했던 수업. 너무도 당연한 것들인데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인지, 수업시간에 계속 헤맸고, 숙제랑 시험도 물론 제대로 풀지 못했던 기억, 그 결과 당연히 학점은 별로였고.
유클리드의 <원론>에 나온다는 그 이상한 공리가 이 책에 자주 나온다. 그리고 지금봐도 공리5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공리 1: 모든 점에서 다른 모든 점으로 직선을 그릴 수 있다.
공리 2: 유한한 직선을 한 직선 안에서 게속해서 확장할 수 있다.
공리 3: 모든 점에서 모든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
공리 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공리 5: 두 직선과 만나도록 그린 한 직선이 만드는 어느 한 쪽의 두 내각을 더한 것이 두 배의 직각보다 작다고 하자. 그러면 두 직선을 무한히 길게 늘렸을 때, 두 직선은 내각의 합이 두 배의 직각보다 작은 쪽에서 만난다.
책에서는 이런 공리를 기반으로 수학에 대해, 우리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대한 수학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예전에 어려웠던 기하학이 다시 쉬워지진 않겠지만.
<수학이 필요한 순간>(http://blog.yes24.com/document/12364682)처럼 수학이 다른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닌 수학 자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학을 잘 모르더라도, 기억이 안 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한꺼풀 덜어주는 책이다.
그리고 즐겁게 수학을 배우라고, 가르치라고 권면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의 독자는 학생이거나 선생님이어야 하네. :)
수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수학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학 이론과 이야기하듯이 감정을 이입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결국 훌륭한 수학자가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일치할 때 그것은 우리에게 조화와 균형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많은 이들이 공부하거나 전문적인 어떤 분야를 연구할 때 이론을 이해하는 것과 믿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믿고 실천함으로써 뜻하는 무언가를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pp.219-220)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깊고 역동적인 의미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며, 이 과정을 통해 감동을 갖는 일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가장 큰 목표는 어떻게든지 이 감동을 되찾아내는 것이다. (pp.23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