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연작소설.
2020년에 읽은 마지막 책. 연말에 마무리하려했는데 갑자기 해야할 일들이 많아 해를 넘겨 마무리를 하려한다.
황정은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소설집 어딘가에 단편 소설이 들어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기억하기로는 처음이다. 사실 재작년 말, 작년 초에 <디디의 우산>을 구입할까 한참 망설이긴했다. 그리고 작년말에도 이 책을 앞에두고 한참을 망설였다.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이라는데, 그런 소설치고 재미있는 소설은 그다지 없었기에. 하지만 작년 말에는 이 책을 구입했다. 여러가지이유로.
180 여쪽 되는 얇은 책. 하지만 생각보다 두껍다.
책 한장의 두께가, 이야기의 무게만큼 두껍다. 모두 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인줄 알았다. 단순히 4편의 다른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랑 생각했는데, 읽고보니 4편의 이야기가 서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백수린 작가의 <친애하고, 친애하는>(http://blog.yes24.com/document/11898718) 이 생각났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그냥 떠오른 것 같다. 그래서 이해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부자, 모녀, 모자, 부녀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단순한 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관계로 형성되어 있고 그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배타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서로 다른 관계에 위치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그것을 이해하려 해보지만, 결국은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이 책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 속까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독자(나)의 한계일 듯.
모녀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
이야기의 주인공은 딸들과 엄마지만, 결국 가족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비록 같은 환경은 아닐지라도 이들 이야기 속에 어딘가에는 각자의 우리들이 있다. 그렇기에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답답해하고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계속 읽는, 그런 것이 아닐까.
아주 재미있지는 않다. 하지만 묵직하다. 가족에 대해,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p.138)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p.146)
http://blog.yes24.com/document/11898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