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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도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안에 노예감독관과 마주하다<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역적인 한계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영덕에서 TV에 나오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신기한 일이다. 도서관 인문학 특강을 듣고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과 푸른 바탕의 표지도 마음에 든다. 강의로, TV프로그램에서 다 담지 못한 내용을 실었다는 말이 기대하게 만든다.

 

중앙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권터 그라스의 문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3년 중앙대독일연구소가 독일 정부에서 지원받는 ‘독일유럽연구센터로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통찰과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고민해 왔다. 이 책은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문제부터 교육, 정치, 경제, 통일에 대한 근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순히 문제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찾아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질문, 혼란과 함께 책을 펼친다.

 

한국인들은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자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공개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을 찾은 문장이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이 집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람들이다. 한 번도 가정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거나 실천하는 모습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자는 없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학습된 무기력처럼 여성들은 당연한 듯 살아낸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경상도에서 딸 둘을 키우며 사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바쁘다.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베르톨트 브레히트

‘내안의 파시즘’. ‘아주 일상적인 파시즘’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안에 파시즘이 있다고 생각 했지만 이런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파시즘과 싸운 자들에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 얼마나 끔찍하고 섬뜩한 표현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는 감수성, 심지어 내가 품고 있는 욕망, 내 꿈에서 나타나는 무의식까지 과연 그게 ‘나’의 것일까요? 아니면 나를 노예로 부리는 자의 것일까요? 이 구호가 던지는 물음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만약 나의 사유, 감정, 감수성, 욕망, 무의식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나를 노예로 만드는 자의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거기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독일과 유럽을 휩쓴 68혁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내안의 노예감독관을 깨닫고 자유로운 인간을 추구하는 것.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사고의 혁명이 68혁명을 불러 왔으며 현재의 독일을 만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68혁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때가 유신체제 시절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강력한 억압으로 국민들이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내안의 노예감독관을 마주 하자 당연한 듯 생각하고 지내왔던 것들이 낯설다. 무엇이 지배자의 생각이고 내 생각 인 것인지 혼돈의 카오스다. 그러나 뒤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선택한다. 지금이라도 인지한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며, 일상 가운데 하나씩 분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인간의 삶은 모두 자기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이기에 유일무이하고 소중합니다. 그들이 잘못된 체제 속에서 곤궁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보다 더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풍요를 누리면서도 경쟁의식에 찌들어 살았다면, 그들은 사회주의 속에서 가난하지만 서로 연대하는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통일을 말하면서 먼저 이루어야 할 것들을 설명한 부분이다. 남한도 북한도 모두 병든 사회이고 병든 채로 통일을 하면 더 병들 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책의 시작에서 말했던 인간의 존엄이 마지막 통일에서도 이어진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존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이던지, 행복이던지, 통일이던지....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 어느 부분은 인정하기 싫었고, 어느 부분은 분노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스스로 좌절하기도 했다. 희망을 말할 수 없어 더 희망을 소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리나라의 현실그대로 ‘정상성의 병리성’을 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인들, 경제관료, 대학교수등 소외 지도층이 왜 이런 상태를 방치 하는가 화가 났다. 나는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한 것인가? 알면서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이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은 마지막 문장에서 답을 찾았다. 당신도 이 책을 통해 답을 찾기 바란다.

“우리가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바뀌는 상황에 무조건 적응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젼이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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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소녀

    동그란 세상님의 잘 써주신 리뷰를 읽으면서 저도 같이 화도 내보고, 공감도 하며
    그렇게 많은 부분에서 생각할 거리를 저도 모르게 찾게 되는것 같습니다.^^
    내안의 노예 감독관이란 말이 무척이나 인상깊게 다가왔네요~ㅎ
    자본주의 체제의 고위 관료층들은 민주주의와는 별개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권력과 재산을 지켜줄 정당들을 선호하니까요~
    보통 사람인 우리가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키고, 노력하기 위해서는
    이런 의식 있는 수준 높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민주주의의 정체성까지
    동시에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동그란 세상님^~^

    2022.06.13 18:3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동그란세상

    문학소녀님~~^^
    진심이 느껴지는 댓글에 어떻게 답글을 써야 하나 하루를 고민해도 쉽지 않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는 너무 가볍고 뻔한데 다른 말을 찾지 못하는 무능함에 하루의 시간을 죽였네요 ㅎㅎ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정확하게 짚어내셔서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문학소녀님의 블로그를 자주 드나들면서 많이 배워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2022.06.14 16:49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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