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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겹의 자정

김경후 저
문학동네 | 2012년 05월

코르크  김경후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똬리 뜬 뱀만큼 커다랗다

찌그러져 일렁대는

목 그늘을 보지 못하는 그만이

울지 않았다고 웃을을 띠고 있다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똬리를 틀고 겨울잠 자는 뱀만큼 커다랗다

이대로 커진다면

곧 성대 위로 이오나이식 기둥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

 

그는 자신에게 '안녕?'

인사도 참고 있는게 틀림 없다

미소와 웃음의 종류가 그의 인생의 메뉴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오래 참는 것이

크게 울어버린 것이라고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건

갈라진 뱀의 혀를 깁는 것보다 위험한 일

무엇을 그는 버려야 

그를 견디지 않을 수 있을까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꼬챙이에 찔려 죽은 줄도 모르고

겨울잠 자는 뱀의 꿈처럼 커다랗다

그뿐이다

울음을 참지 않았다고 외치는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랄 뿐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실린 시다. 이시를 인용하면서 저자는 참는 것에 대해 말한다.

"세상에는 참지 않는 사람이 있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불공평한 일이다. "

불공평한 일이다. 이 한 마디가 얼마나 위로와 위안이 되는지. 크게 참는 것도 없으면서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를 생각했다. 시인의 말처럼 정말 커다랄까?

서로 역할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과 울음을 참는 성대로 살아내야 하는걸까?

그래도 시가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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