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재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이 시를 읽으면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초혼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되고 나서의 이미지다. 사극에서 임금이 죽으면 기와에 올라가 흰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임금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던 학생 때라 이 시의 이미지가 그렇게 기억된 듯하다. 하지만 꼭 맞는 이미지였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 간곡한 부름에 응답할 사람이 없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 된 상대방을 향한 나의 애끓는 사랑. 그런 절절한 사랑이 없어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김소월님의 시가 좋다. 정식으로 읽어 봐야지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