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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

나태주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1월

*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재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이 시를 읽으면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초혼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되고 나서의 이미지다. 사극에서 임금이 죽으면 기와에 올라가 흰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임금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던 학생 때라 이 시의 이미지가 그렇게 기억된 듯하다. 하지만 꼭 맞는 이미지였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 간곡한 부름에 응답할 사람이 없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 된 상대방을 향한 나의 애끓는 사랑. 그런 절절한 사랑이 없어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김소월님의 시가 좋다. 정식으로 읽어 봐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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