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다 44 황지우
1980년 5월 30일 오후 2시. 나는 청량리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옥
으로 들어가는 문을 보았다. 그 문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에서 사람들
은 나를 힐끗힐끗 쳐다만 보았다. 가련한지고, 서울이여. 너희가 바라
보는 동안 너희는 돌이 되고 있다. 화강암으로 빚은 위성도시
여, 바람으로 되리라. 너희가 보고만 있는 동안,
주주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웁시다. 최후의 일인까지!
내 소리가 들리지않느냐?
내 소리를 못 듣느냐?
아, 갔구나, 갔어. 석고로 된 너희 심장을 내 꺼내리라.
나에게 대들어라. 이 쇠사슬로 골통을 패주리라.
왜 내가 너희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지! 잘 가라, 잘 가라.
문이 닫히고 나는 칼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로 갔다.
파란 유황불의 화환 속에서 나는 눈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몸이 없어지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부끄러움의
재 한 줌.
<소년이 온다>를 읽고 더 깊이 다가온 시입니다. 물론 문학평론가의 도움을 받아서 이해의 폭을 넓혔지만요. 이 시를 읽고, 시인에 대해 조금 알게 되면서 그의 시를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밀린 독서를 어느정도 해결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