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밥 상
황지우
병원에서 한 고비를 넘기고 나오셨지만
어머님이 예전 같지 않게 정신이 가물거리신다
감색 양복의 손님을 두고 아우 잡으러 온
안기부나 정보과 형사라고 고집하실 때,
아궁이에 불지핀다고 안방에서 자꾸 성냥불을 켜시곤 할 때,
내 이슬 픔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내가 잠시 들어가 고생 좀 했을 때나
아우가 밤낮없는 수배생활을 하고 있을 때,
새벽 교회 찬 마루에 엎드려 통곡하던
그 하나님을
이제 어머님은 더 이상 부르실 줄 모른다
당신의, 이 영혼의 정전에 대해서라면
내가 도망쳐나온 신전의 호주를 부르며
다시 한 번 개종하고자 하였으나
할렐루야 기도원에 모시고 갔는데도 당신은
내내 멍한 얼굴로 사람을 북받치게 한다
일전엔 정신이 나셨는지 아내에게
당신의 금십자가 목걸일 물려주시며,
이게 다 무슨 소용 있다냐, 하시는 거다
당신이 금을 내놓으시든 십자가를 물려주시든
어머님이 이쪽을 정리하고 있다고 느껴
난 맬겁시 당신께 버럭 화를 냈지만
최후에 심자가마저 내려놓으신 게 섬뜩했다:
어머니, 이것 없이 정말 혼자서 건너가실 수 있겠어요?
전주예수병원에 다녀온 날, 당신 좋아하시는
생선 반찬으로 상을 올려도 잘 드질 않는다
병든 노모와 앉은 겸상은 제사상 같다
내가 고기를 뜯어 당신 밥에 올려드리지만
당신은, "입맛 있을 때 너나 많이 들어라" 하신다
목에 가시도 아닌 것이 걸려 거실로 나왔는데
TV에 베로나 월드컵 공이
살아서 펄펄 날뛰고 있다.
좋은 시 앞에서는 그냥 읽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시인 황지우님의 시를 <인생의 역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젊은 시절과 광주민주화 운동과 시를 읽었지요.
광주는 제게 부채감으로 다가옵니다.
시라도 읽어야 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