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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저
문학동네 | 2012년 12월

청룡열차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에서)

 

정관을 잘못 묶은 후로 남자는 아랫배가 자주 아프다 옻

칠이 벗겨진 찬합을 열면서 여자는 월부금을 부어서라도 카

메라를 한 대 사고 싶어한다 가족이 앉은 돗자리 위로 청룡

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의 창살처럼 내린다 아이들

은 김밥에 우엉 대신 게맛살이 들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다 가족들이 검고 푸른 서로의 입안으로 김밥을 밀어넣어줄

때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음악을 들으며 읽다가 쿵합니다.

마음이, 가슴이 장면으로 이끌고 가서 오래

그 주위를 맴돌게 합니다.

옷칠이 벗겨진 찬합에 우엉을 넣은 김밥을 먹으며

청룡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의 창살처럼 내리는

돗자리 위에 앉은 가족들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가난했고, 가난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억지로라도

기억하고 싶은 어린시절이 휙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그 강을 건너온 모두에게 가난했지만 사랑이 넘치던 시절이었다고

위로처럼 건네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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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우와 멋진 시 감사.

    2023.03.16 20:4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동그란세상

      함께 해주셔서 저도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2023.03.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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