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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전문 출판사, 이면서 인문과 정치사회 책도 내는 동아시아와 바다출판사를 출판 라이벌전 2편으로 모셔봤습니다. 먼저, 과학책의 매력에 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종석 : 예전에 친구가 저에게 해준 말이 있는데요. 이런 것이었습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건 너도 인정할 거야. 그런데 책이라는 건 기껏해야 간접경험만을 제공할 뿐이야. 자, 바깥으로 나가서 직접 경험을 해.” 저는 이것이 절반만 진실이라고 믿는데요. 경험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경험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좋은 책, 특히 과학 책이 지닌 강점 가운데 하나는 경험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경험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다른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좋은 책, 특히 과학 책은 이런 눈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학은 제한된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통용되는 사실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로부터 특수한 관점에서 통용되던 사실들을 이끌어 냅니다. 과학은 저의 좁고 안일한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도록 강요하는데, 그래서 때때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겨줍니다. 이것이 책 안에 담긴 과학의 또 한 가지 매력이라고 믿습니다.

 

김단비 : 전공이 문예창작이었고, 과학 독자가 아니었는데 바다출판사에 와서 과학책을 읽었어요. 제가 읽었던 책이 자신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과학책은 그와는 반대죠. 과학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갈등을 겪을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힘들어할 때 그냥 정신 차리라고 하기보다는 바다출판사에서 나온 과학 책을 선물해줬어요. 아무래도 과학책이 현실을 보는 눈을 키워 주잖아요. 친구들도 과학책으로부터 도움 받았다는 피드백을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최근에는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를 읽으면서, 인간과 초파리 DNA가 같다고 하더라고요! DNA가 요소는 똑같은데, 배열만 다르대요. 김상욱 교수님이 어디선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첫 구절을 소개하면서, 소설 속 장면이 초현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과학책을 읽으니, 공감해요. 이렇게, 과학이 특수한 관점보다는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성립하는 사실을 찾으려는 학문이잖아요. 그래서 과학 책을 읽다 보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김은수 : 과학 책을 읽으며 제 자신이 단단해졌다고 느껴요. 옛날에 미래가 불안할 때 점이나 타로를 봤거든요. 건강 나빠질 때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찾기도 하고요. 이런 걸 찾을 때도 막연하게 가짜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과학책을 읽으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인간 삶은 분명 놀라워요. 단세포로부터 시작해서 이런 놀라운 지능을 보이는 인간까지 진화했으니 말이예요. 하지만 우리 일상의 삶은 미신이나 초자연 현상에 기댈만큼 놀랍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과학이 알려주는 듯합니다. 덕분에 많이 초연해졌다고 할까요.

 

인간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 철학적인 질문이죠. 인간이란 무엇이고 우주는 무엇이고,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이요. 과거에는 이 질문에 대해서 인문학적 사고가 답을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과학이 답을 주는 단계까지 온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매력이 있고, 재밌죠. 

 

이예지 : 입사하고 나서 다양한 과학책을 내다 보니 이전의 과학과 지금의 과학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과학책은 고정된 지식이나 개념을 전달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그 사실은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상희 교수님의 『인류의 진화』라는 책에서는 저희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원시시대 때 남자는 사냥하고, 여성은 채집했다”라는 내용을 반박해요. 견고할 것만 같았던 정설의 허점을 지금의 과학이 발견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과거와 현대의 과학을 비교하는 일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다양한 사유로도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과학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출판사 김은수(좌) 김단비(우)


최근 김상욱 교수님, 유튜버 궤도 등 국내 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저자 발굴에 관해 서로 나누실 얘기가 있을 것 같아요. 

 

이종석 : 동아시아 출판사는 과학 필자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발이 빠른 회사입니다. 스티븐 호킹이 사망했을 때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이, 앨런 튜링에 관한 영화가 개봉했을 때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이 출간되었습니다. 알파고 때도 그렇지만, 최근에도 챗GPT 이슈에 발맞추어 김대식 교수님의 책이 출간되었고요. 그런데 이렇게 과학 분야에서 한번 주목받으면, 동아시아 출판사를 주목하시는 교수님들도 새롭게 생기고, 다시 더 넓은 네트워크, 더 많은 좋은 기회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일종의 선순환이지요.

 

김은수 : 저희는 「스켑틱」이라는 잡지가 저자 발굴하는 데 유용합니다. 과학자분들과 관계를 트는 부분에서 좋죠. 장기적으로 기획해서 연재를 할 수도 있고요. 「스켑틱」 연재 글을 책으로 낸 경우도 많아요. 김상욱 교수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이대한 교수님의 『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박한선 교수님의 『인간의 자리』 등이 스켑틱 연재 기획을 통해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

 

두 출판사만의 독특한 문화, 시스템이 있다면 자랑해주세요.

 

김단비 : 저희는 플로우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요. 커뮤니케이션을 굳이 안 해도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회의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요. 매번 연결돼 있죠. 예전에 과정을 볼 수 없을 때에는, 책이 만들어진 다음에 뒤늦게 준비할 때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어떤 기획이 있고 어디까지 왔고 내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대비할 수 있어 좋아요.

 

김은수 : 바다출판사는 책임 기획제라고, 본인이 하고 싶은 책을 1년에 몇 번씩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요. 물론 기획서를 쓰고, 마케팅 계획, 예산 검토해서 제안하긴 해야 되지만 편집자당 1년에 두 권에서 세 권 정도는 본인이 진짜 해보고 싶은 책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예지 : 저희 출판사는 마케팅부와 편집부가 자주 소통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편집자님들과 두루두루 다 친하답니다. 제가 SBI(서울 출판 예비학교)를 나와서 다른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들 얘기도 많이 듣게 되는데요, 저희처럼 편집자와 마케터가 소통을 많이 하고 가깝게 지내는 분위기는 잘 없더라고요. 또 저희는 신입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세요.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하고, 그만큼 의견도 잘 반영해주시는 편이에요. 해보고 싶은 마케팅에 대한 지원도 잘 해주시고요! 그래서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종석 팀장님이나 은수 팀장님은 원래부터 과학 편집자를 지망하셨나요?

 

김은수 : 저는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했어요. 전공을 좀 살릴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알아보다 과학 잡지 「스켑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학적인 주제와 더불어 철학적인 주제를 함께 다루고 있어서 전공을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침 때가 잘 맞아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스켑틱」은 물론 과학책들도  재밌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종석 : 저도 SBI에서 배웠는데, 처음부터 과학 출판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당시 주변에는 소설 읽는 친구들이 많았고, 두꺼운 인문서를 읽는 친구들도 좀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는 제가 조금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제 이전 기수들에서도 ‘과학 편집자’를 지망한 분은 없었다고 들었으니까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글을 엄청나게 잘 쓰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과학적 지식은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때가 2018년이었는데, 과학 분야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과학 편집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동아시아 이예지(좌) 이종석(우)

 

과학 편집자가 되기 위해서 과학 지식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요. 새로 들어온 편집자가 아무 것도 모른다면? 

 

이종석 : 일단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보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과학적 지식이 많을수록 과학 책을 더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인지과학에서는 ‘지식의 저주’라고 하는데, 자신이 아는 것을 독자도 알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거든요. 치명적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박식하면서도, 바로잡은 실수가 정말로 맞는지 다시 한번 찾아볼 정도로 무지한 것이 유리할 수도 있어요.

 

김은수 : 저도 이종석 팀장님 말씀에 공감해요. 과학책 편집자는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이게 무슨 뜻인지 저자에게 묻고 그런 부분을 잘 짚어줘야 합니다. 배경 지식이 많아 오류를 발견하는 게 좋은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저자에게 질문해서 어려운 내용을 더 쉽게 만드는 게 과학 편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첫째 능력이지 않을까 해요.

 

두 출판사가 지향하는 게 약간씩 다른가요, 같나요? 

 

김은수 : 약간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바다출판사의 과학책은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어요. 묵직한 책이 주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켑틱」이라는 잡지를 갖고 있어서, 과학 그 자체에 관한 가치를 좀 더 강조해왔지 않나 싶어요. 

 

이종석 : 동아시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과학과 다른 분야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과학과 기술이 자주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예를 들어, 과거에 심리학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이 이제는 자주 ‘뇌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다루어집니다. 반면, 제가 알기로는, 최근 출간된 자기계발서나 인문서에 과학적 개념, 실험, 이론을 언급하고 인용하는 빈도가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당장 『도둑맞은 집중력』,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인스타 브레인』, 『도파민네이션』, 『정리하는 뇌』 같은 책들도 떠오릅니다. 과학 책과 비과학 책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셈인데, 저에게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처럼 느껴집니다.

 

마케팅 이야기를 해볼게요. 마케팅을 하시면서 재미있었던 적과 곤란했던 적 있나요? 

 

김단비 : 김은수 팀장님이 기획한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이라는 책이 있었어요. 솔직히, 속으로 도대체 미적분 누가 이해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팔려야 1쇄나 넘길까 했죠. 마침 그때 출판 시장에서 수학이 주목받으며, 저희 책도 베스트로 장기간 올랐어요. 수학이 교양으로 확대되는 시점이 딱 맞물려서, 책 읽고 만 부 이상 판매됐죠. 솔직히, 마케팅 별로 안 했거든요. (웃음) 독자들의 욕구가 잘 맞으면, 굳이 화려하게 마케팅하지 않아도 나가는 걸 보고 신기했죠. 

 

김은수 : 예전에는 네이버 책에 과학판이 있었잖아요. 그때 되게 쏠쏠했어요. 대박 터진 책이 한 권 생각나는데, 『웰컴 투 더 유니버스』라는 책입니다. 저자가 대학원생을 블랙홀에 집어넣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 있어요. 전국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열광하면서, 100만 뷰가 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슬픈 얘기가 있다니 이 책을 사서 불태워 버려야겠다.’ 이런 댓글도 있었고요. 의외의 코드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거 보고 재밌었던 적이 있어요. 뷰만 높았던 게 아니고, 판매로도 이어졌죠. 진짜 불태우려고 샀는지… (웃음) 

 

이예지 : 일단 과학책 자체가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어려우면 마케팅 할 때도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캐치해서 홍보물로 제작했을 때 대중적 반응이 좋으면 짜릿하고 행복합니다. 특히 과학책은 독자층이 다른 책들보단 확실히 좁아서, 광고할 때도 노출 타깃을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편이에요. 보통 과학책 독자들은 연령대가 조금 높은 편이라 인스타그램보다는 페이스북이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김단비 : 「스켑틱」 리마인드 마케팅을 어떻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저희가 펀딩을 종종 합니다. 와디즈라든지. 텀블벅이라던지 이런 플랫폼으로요. 이렇게 새로운 플랫폼에서 진행하면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수 있어요. 기존 「스켑틱」 독자는 40~50대 남자였는데, 펀딩 통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은 30대 여성 분이 많더라고요. 물론, 와디즈나 텀블벅과 같은 데에서는 새로운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긴 한데 수수료가 높고, 배송과 포장을 출판사에서 해야 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긴 해요. 

 

유튜브에서 홍보가 고민일 듯해요.


 
김단비 : 2~3년 전에는 유튜브 채널에서 초기 반응이 올라온 걸 겪기도 했는데요. 요즘에는 일단 제가 독자 입장으로, 구독자 입장에서 봐도 유튜브를 보고 책을 사는 욕망까지 넘어갈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유튜브에서는 궁금증이나 욕망, 욕구를 유튜브 콘텐츠로 이미 다 해결해주잖아요. 유튜브 때문에 책을 안 산다가 아니라, 유튜브와 책 둘을 별개로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유튜브 채널에서 책을 확장하고 퍼뜨리려는 고민을 하긴 하지만, 책을 토대로 만든 콘텐츠가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굳이 돈을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유튜브 홍보 비용이 출판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고요. 

 

이예지 : 유튜브 채널 찾을 때 무조건 구독자가 많다거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채널을 찾기보다는 저희 책의 성격과 얼마나 잘 맞는지, 국내서라면 저자가 출연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채널 위주로 찾는 편이에요. 그리고 동아시아 자체 유튜브 채널이 있어서 과학책 같은 경우는 대부분 저희 채널에서 직접 업로드를 합니다. 특히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의 김대식 교수님 강연 영상은 누적 조회수 220만 뷰를 기록했어요! 채널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대중이 관심 있는 키워드와 그걸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좋으면 결과도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김대식 교수님께서 워낙 말씀을 잘하셔서 어렵고 낯선 개념도 영상을 보면 이해가 쏙쏙 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한번 영상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석 : 유튜브에서는 과학 콘텐츠가 인기입니다. 깊게 다루지는 않고 10분 정도의 길이인데, 한편으로 이런 영상을 보고 시청자들이 종종 착각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번에는 ‘지식의 착각’일 텐데, 영상을 보고 나서 관련 내용을 자신이 충분히 안다고 믿는 것이에요. 양자역학 영상 몇 개를 보고 양자역학은 얼추 다 안다고 믿는 거지요. 책이라는 매체가 긴 호흡으로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설명의 공백에서 궁금증을 야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유튜브에는 그런 힘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지식의 착각을 강화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튜브의 이런 면이 과학 책 판매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요즘 주목하는 저자, 주제, 책이 소비되는 형태가 있나요. 

 

이종석 : 요즘에는 종종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호기심을 기획거리로 생각하고는 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의 가치관을 바꾸고 싶은 거예요. 보통은 바꾸기 정말 힘들 거잖아요. 어떤 사람은 산을 옮기는 게 차라리 빠를 거라고도 말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의 의견이나 가치관이 집단적인 수준에서는 갑작스레 바뀌기도 하잖아요? 동성애에 대한 가치관이 20,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바뀐 것이 그런 예일 테고요. 이런 현상을 보면 궁금해지잖아요. 왜 그럴까? 개인 수준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가 어떻게 집단 수준에서는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을까? 저는 제 안에 가지고 있는 이런 질문들이 충분히 다듬어지면, 그때 역으로 특정 저자들에 주목하는 듯합니다.

 

김은수 : 요즘 트렌드는 과학책이 안 나간다는 것. (웃음) 저는 최근에 되게 이게 심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낸 신간이, 최소 이 정도는 팔리겠지 했던 책이 반의 반토막 수준이었어요. 지금 베스트셀러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처럼 기존의 베스트셀러가 많고, 새롭게 올라온 책이 거의 없거든요. 지금까지 7년 동안 과학책 만들면서, 이렇게까지 안 나가는 시기를 못 본 것 같은데 그래서 위기감이 좀 있어요. 

 

제가 처음 출판계 들어왔을 때는 『세상 물정의 물리학』 등 과학 책 붐이 일었습니다. 바다출판사에서 「스켑틱」을 창간했고요. 사이언스북스에서도 여러 가지 책이 나왔죠. 그렇게 성장하던 시장이 2017~2018년 다소 정체였고, 코로나로 많은 독자가 돈, 재테크 쪽으로 이동해버렸어요. 그러면서 과학책 시장도 확 줄어든 게 아닌가, 느끼고 있습니다. 그게 올해는 더 심하고요. 

 

동아시아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이종석 : 편집자이기 이전에 저도 독자잖아요. 독자로서 요즘 과학 책을 보면 조금 피로감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유사한 신간들이 굉장히 많아요. 과학이라는 분야가 그 특성상 입문서가 다룰 수 있는 내용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고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시감을 일으키는 책들로 포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독자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고요.

 

과학책이 두껍고 어렵기도 하잖아요.

 

김은수 : 내년에는 또 똑같은 소리를 할 것 같은데, 어렵고 두꺼운 책 점점 더 내기 어려워지죠.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팔리진 않으니까요. 두껍고 어려운 책도 좀 팔려야 시장이 확대될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해요.

 

훈훈한 얘기를 해보기로 하죠.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주세요.

 

김은수 : 김상욱 선생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요. 평소라면 안 읽었을 독자들이 김상욱 선생님의 책이라고 하니 읽잖아요. 저자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어렵지만 꾸역꾸역 마지막까지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리뷰를 보며, 이런 저자 분들이 활동 많이 해주셔야 과학 저변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김단비
: 저는 대니엘 데닛이 쓴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라는 책이요. 현실이 복잡한데, 거기에서 분리되서 저자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에 빠져 시간을 보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신광복 교수님이 번역을 잘해주셔서 읽기도 편하고요. 유튜브에서도 강의를 하셨는데, 보시고 이 책을 보시면 더 이해 쉬울 거예요. 

 

이예지 : 저는 김희경 작가님의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이상한 정상가족』은 제가 동아시아에 입사한 계기였는데요, 운 좋게도 입사 후 6년 만에 나오는 선생님의 신간을 맡을 수 있었어요. 그게 바로 『에이징 솔로』입니다. 김희경 선생님의 글은 일상에서 막연하게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그것이 왜 잘못되었고 바뀌어야 하는지를 독자가 온몸으로 깨닫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이상한 정상가족』에서는 가족 정책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면, 『에이징 솔로』에서는 1인 가구 정책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작보다 훨씬 유쾌하고 가벼워서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최근에는 예스 24 & 동네 책방으로 북토크 순회를 했었는데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책 한 권을 통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위로받는 과정이 참 아름다웠어요.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이 계시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이종석 : 『오펜하이머 각본집』입니다. 박권 교수님께서 과학적인 내용과 배경을 해설로 덧붙여 써주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이 빠르다는 동아시아의 색채가 많이 묻어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의 매력, 내가 이 일을 하는 일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걸로 오늘 이 자리를 마치는 게 어떨가요.

 

이예지 : 저는 정말 확고하게 이 직업을 원했던 사람이라 아직까지는 ‘덕업일치’를 매 순간 느끼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이 사람들에게 잘 가 닿았을 때 느끼는 보람이 정말 커요.


또 이 일을 하며 개인적으로 바뀐 점이 있습니다. 일반 독자였을 때는 저에게 필요한 책 위주로 자주 읽었는데, 동아시아에서 여러 사회과학 책들을 내면서 외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세상은 잘 안 바뀌지만, 그래도 자꾸 말하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이상한 정상가족』 이 나오고 나서 실제로 법 개정이 된 것처럼요. 김승섭 교수님께서 공저로 참여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도 같은 맥락으로 기억해야 할 고통을 기록한 책입니다. 개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고 아예 외면했던 사회적 문제들을 이 직업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크게 변한 것 같아요.

 

김은수 : 오늘 뉴욕타임즈 출판 섹션 기사를 읽었어요. 미국이 정말 큰 나라잖아요. 그런데 거기서도 권당 판매량이 5000 부가 안 넘는 시대라고 해요. 그럼에도 제가 여기 남아 있는 이유라면, 재미겠죠? 가치 중심적인 일이고, 본인이 하는 생각을 구현하는 일이죠. 이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과학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매력은, 분야가 어렵다는 점이죠. 어려운 책으로 성공해야 하니까, 성공할 때 더 보람을 느껴요. 

 

다산북스와 위즈덤하우스 대담을 보니, 시장 중심과 독자 중심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대립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편집자는, 중심을 잘 맞추는 역할이에요. 시장에 너무 매몰되면, 아이덴티티나 본연의 가치를 잃게 되죠. 균형점을 맞추는 일이 재밌지 않나 싶어요. 저는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일이 책 읽는 것의 연장선이니 그 점도 좋고요. .

 

이종석 : 식상한 표현이지만, 편집자는 첫 번째 ‘독자’잖아요. 이것이 편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독서가 정말로 취미라면, 일을 취미의 연장선에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책 한 권을 두세 달 열심히 읽고 그다음 책으로 넘어가잖아요. 책을 두세 번 깊이 읽는 동안 그것에 밴 색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 있고, 다음 책에서는 또 다른 관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저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생각해 보면 편집이라는 것이 저로 하여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저를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또 매력적입니다.

 

김단비 : 책마다의 가치 창출에 일조하는 기쁨이 큽니다. 세계를 보는 관점, 해석하는 틀을 새로운 저자마다 배우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레이어가 생기고 있죠. 제자신이 깊고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가치를 책이라는 물성에 담아 독자를 만나서 메시지로 공명하는 순간들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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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 동아시아 출판사는 인문학에서 과학을 넘나들며 새로운 담론을 창출하는 출판사입니다. ‘허블’, ‘메이커스’, 동아시아 사이언스,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과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바다출판사 : 깊고 넓은 책 바다출판사는 바다출판사는 1996년 설립 이래 창의적인 기획과 정성 들인 편집으로 국내물 및 번역물 모두에서 꾸준히 양서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양 과학 잡지 《스켑틱》, 생활철학 잡지 《뉴필로소퍼》, 여성주의 문화 잡지 《우먼카인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바다출판사는 거품 없는 출판, 정도를 걷는 출판, 독자와 저자가 같이 호흡하고 성장해 나가는 출판을 지향합니다. 앞으로도 '책은 독자의 손에서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독자 존중의 정신을 잃지 않으며 항상 시대와 함께하는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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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흥미로운 글입니다...^^

    2023.09.12 21:22 댓글쓰기
    • 인문PD

      감사합니다. ^^

      2023.09.25 08:41
  • 파워블로그 청현밍구

    동아시아의 인문학책, 바다출판사 책 저도 많이 읽는 독자인데 인터뷰 잘 봤습니다.
    좋은 책 발간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

    2023.09.17 00:28 댓글쓰기
    • 인문PD

      출판라이벌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아시아, 바다 화이팅!

      2023.09.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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