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65-66쪽
청포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닲은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14-15쪽
책에는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적혀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 주절이 주절이
고달픈 - 고닲은
함뿍은 처음 본 단어구요.
중학교 다니던 시절, 등산가이자 똘끼 가득한 국어 선생께
엉덩이를 맞아 가며 조지훈의 승무와 국화 옆에서를 외웠습니다.
시를 못 외우면
박달나무로 만든 방망이로 정말 아프게 엉덩이를 맞았습니다.
그 덕분에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하는 세가아와님 선물로 구입한 책입니다.
덕분에 금토일이벤트에 참여하네요.
덕분에 광야와 청포도를 다시 만났구요. 참 다행입니다.
그런 마음입니다. 5월1일에 만날 수 있다니 참 멋있잖아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