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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육사시집

[도서] 초판본 육사시집

이육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3점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65-66쪽


 





청포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닲은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14-15쪽



책에는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적혀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 주절이 주절이
고달픈 - 고닲은
함뿍은 처음 본 단어구요.


중학교 다니던 시절, 등산가이자 똘끼 가득한 국어 선생께
엉덩이를 맞아 가며 조지훈의 승무와 국화 옆에서를 외웠습니다.

시를 못 외우면
박달나무로 만든 방망이로 정말 아프게 엉덩이를 맞았습니다.


그 덕분에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하는 세가아와님 선물로 구입한 책입니다.
덕분에 금토일이벤트에 참여하네요.
덕분에 광야와 청포도를 다시 만났구요. 참 다행입니다.
그런 마음입니다. 5월1일에 만날 수 있다니 참 멋있잖아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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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Joy

    예전 교과서에서 만난 이육사님의 시를 이렇게 만나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육사'라는 이름이 수인번호 '264' 따서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했던 기억이 나네요.

    2021.05.01 14:1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Joy님은 학생 때 우등생이였을 것 같네요.
      264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저는 광야와 청포도를 만나 기뻤습니다.
      그냥 시험이 아닌 저를 위해 시를 읽는 기쁨이요 ^^

      2021.05.01 19:56
  • 파워블로그 책찾사

    추억이 돋는 시네요. ^^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시라서 그 시절의 기억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래도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과 더불어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를 무척 좋아했는데, 이렇게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ㅎㅎ

    2021.05.01 23: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 궁금하군요.

      동주와 인연이 있는 분으로 기억되네요. 유명한 시인 ^^

      매번 힘나게 하는 댓글 감사합니다 책찾사님 ~~,

      2021.05.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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