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당퇴사서
... 오로지 당시 가운데 인구에 회자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을 골라 각 시체별로 수십 수씩 모두 300여 수를 수록해 한 권으로 만들어 글발에서 가르치는 교본으로 삼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것을 익히게 할 뿐만 아니라 백발노인들 또한 아무도 던져버리지 못하니 천가시보다 훨씬 낫이 아니한가? 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 당시 삼백 수를 숙독하면 시를 읊지 못하는 사람도 시를 읊을 수 있게 된다. 고 한다. 모쪼록 이 책으로 시험해보기 바란다. 27쪽
오언고시
이백 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
날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산 위의 달도 나를 따라오네
무득 지아온 길 되돌아보니
푸르스름한 산 기운이 기다랗게 뻗어 있다
다정히 손잡고 농가에 다다르니
어린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지
녹색 대나무가 그윽한 길로 들어와 있고
청라 덩굴이 옷을 잡아당기네
쉴 곳 찾았다고 신이 나 얘기하고
맛있는 술 잠시 함께 마시니
길게 뽑으며 <풍입송> 읊조리고
노래 끝나자 은하수 별빛이 희미하다
이 몸 취하고 그대 또한 즐거워하니
거나하게 취해 세상 근심 다 잊었네 38-40쪽
한자는 치워두고 그냥 편하게 읽기에 도전!
오언고시악부
이백 관산월
휘영청 밝은 달 천산에서 솟아
푸르스름하고 아득한 운해 사이에 있고
몇 만리 밖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
옥문관 넘어 멀리 불어간다
한나라 병사들 백등 길로 내려오고
오랑캐는 청해만을 엿보네
이곳은 예로부터 전쟁터로 유명한 곳
살아서 돌아온 사람 아무도 못 보았지
수자리 병사들 변경을 바라보고
돌아갈 생각에 얼굴 잔뜩 찌푸리니
오늘 밤 고향의 높은 누각엔
탄식하는 소리 끊일 틈 없네. 116-118쪽
그냥 편히 읽으니 맛도 있고 느낌도 사네요. 안 그런가요?
칠언고시
이백 여산요기로시어허주
나는 본래 초나라 광인으로
봉황의 노래로 공자를 비웃으며
신선의 지팡이 한 손에 들고
아침에 황학루를 떠나
오악으로 신선 찾아 불원천리했으니
한평생 명산에 들어가 놀기를 좋아했지
여산은 남두성 곁에 우뚝 솟아 있고
아홉 폭 병품엔 비단구름 펼쳐졌는데
산 그림자가 호수에 잠겨 짙푸르게 빛나고
금궐암 앞엔 두 봉우리 우뚝하다
은하수는 삼석량에 거꾸로 걸려있고
향로봉의 폭포와 멀리서 마주 바라보니
굽은 절벽 겹겹 봉우리 푸른 하늘로 치솟고
청산 그늘의 붉은 노을에 아침 햇살 비치고
오 땅의 높은 하늘 아래 새도 못 가는 봉우리
높이 올라 천지를 한껏 내다보니 장관이로구나
큰 강물 아득히 흘러 돌아오지 않고
1만 리나 되는 황색 구름 바람에 날아가고
흰 물줄기 아홈 갈래에 설산으로 흘러가네
여산의 노래를 즐겨 짓나니
그 흥취는 여산에서 나온 것이지
한가로이 석경봉 바라보며 내 마음 씻으니
옛 사공이 지나던 곳 푸른 이끼에 묻혀 있다
일직이 단약을 먹어 세속의 정이 없고
마음이 평화로우니 도가 막 이뤄지네
멀리 채색 구름 속의 신선을 바라보며
부용꽃 손에 들고 옥경에 문안을 드리니
먼저 한만에게 구천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노오를 만나 하늘 끝에서 노닐기를 바라다 153-158쪽
제법 깁니다. 그래도 그냥 한글로 읽으니 술술 읽히네요. 우선 한글로 읽고 다음에 한자로 풀어본들 무에 문제가 있을까요?
두보와 한유, 백거이는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하겠습니다. 우와 정말 좋은 시가 많네요.
칠언고시악부
이백 촉도난 : 촉으로 가는 길 험하니
아, 와!
험하고 높다!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이여!
푸른 하늘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잠총과 어부 같은 촉나라 왕들이
나라를 세운 게 얼마나 아득할까
개국 이래 4만8천 년 동안
진나라와 서로 왕래가 없었으니
서쪽으로 태백산 이르러야 새나 다니는 길 있어
아미산 꼭대기까지 가로지를 수 있네
땅 꺼지고 산 무너지며 장사들 죽고 나서야
하늘 사다리와 바위 자도가 이어쪘지
위엔 육룡이 끄는 해 수레도 돌아가는 산 있고
밑엔 격랑 역류하는 소용돌이 계곡이 있으니
날아가는 황학도 지나가지 못하고
원숭이가 건너려 해도 부여잡고 오를 것 걱정하네
청니령은 얼마나 꼬불꼬불한 고개인지
1백 보 9번 꺾이며 바위산 뱅뱅 돌다가
삼성을 만지고 정성을 지나 우러러 숨 죽여
손으로 가슴 쓸어내리며 앉아서 장탄식하네
그대에게 묻노니 서쪽 촉 땅 가면 언제 돌아오나
험한 길 가파른 바위 붙잡을 수도 없고
그저 슬픈 새 고목에서 우는 것만 보이니
수컷 날면 함컷 뒤좇아 숲 속을 맴돈다
또 두견새 우는 소리 달밤에 들으면
텅 빈 산을 근심 젖게 하지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이여!
푸른 하늘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사람들 이말 들으면 붉던 얼굴 창백케 되네
연봉은 하늘에서 한 자도 안 떨어져 있고
말라 죽은 소나무는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지
날아 떨어지는 여울과 폭포는 요란한 소리 다투고
벼랑 치고 바위 굴러 골짜기마다 천둥 울지
촉으로 가는 길이 이처럼 험한데
아, 그대 먼 길 온 사람이여
무엇 하러 온 것인가
검각은 가파르게 우뚝 솟아
한 사내가 관문을 지키면
1만 명의 사내가 와도 열지 못한다
지키는 자가 어쩌다 친한 이가 아니면
이리나 승냥이로 둔갑하지
아침엔 맹호를 피해 다니고
저녁엔 긴 뱀을 피해 다녀야 하니
이를 갈고 피를 빨아
죽인 사람이 삼대처럼 즐비하다
금성에 사는 게 즐거울지라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다네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이여!
푸른 하늘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몸 기울여 서쪽 바라보며 장탄식하지. 301-308쪽
극히 일부만 알고 있던 시였습니다. 오늘 전문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한자를 통해서? 또는 한문을 통해서? 어느 말이 맞든 그르든 오늘 이백의 시를 만나 즐겁습니다. 한글로 읽었다고 이백의 시가 아닌 것이 아니고 단지 한시와 조금 또는 크게 느낌이 다를지라도 오늘 저는 이백의 시를 이 책에서 만나 기쁩니다.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오언율시
이백 증맹호연 : 맹호여에게 보내다
나는 맹부자 좋아하니
그이 풍류는 세상이 다 알지
젊어서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늙도록 소나무 그름 사이에 놀았지
달에 취해 자주 성인 만나고
꽃에 홀려 군주를 섬기기 않았지
높은 산 어떻게 쳐다볼 수 있나
그저 이처럼 맑은 향에 읍만 할 뿐 367-369쪽
왜? 어째서? ... 이백의 일대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칠언율시
이백 등금릉봉황대 : 금릉의 봉황대에 올라
봉황태 위에서 봉황이 노닐다가
봉황 가니 누각 비고 강물만 흐르네
오궁의 화초는 오솔길 뒤덮고
진나라 때 고관은 옛 무덤이 됐네
삼산은 맑은 하늘 끝 반쯤 솟았고
두 줄기 강물 백로주에서 갈렸네
늘 뜬구름이 해를 가리는 까닭에
장안 보이지 않아 시름겹게 만드네 501-503쪽
칠언율시악부
이백의 시가 없네요. 넘어가기로 ...
오언절구
이백 정야사 : 고요한 밤의 생각
침상 앞서 밝은 달빛 보며
땅 위의 서리인가 의심하네
머리 들어 산 위의 달 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그리네
2008년 5월 당시 중국의 호금도 주석과의 일화가 있는 시. 620-621쪽
오언절구악부
이백 옥계원 : 옥 계단에서 원망하다
옥 계단에 흰 이슬 내려
밤 깊어 촉촉이 비단 버선 적시네
방으로 돌아와 수정 발 내리고
영롱한 가을 달 멀거니 바라보네 647쪽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규원시에 속한다. 이백이 규원시를? 모르던 사실이네요.
칠언절구
이백 송맹호연지광릉 : 광릉으로 가는 맹호연을 전송하며
옛 친구 서쪽으로 황학루와 작별하고
아지랑이 꽃 만발한 3월 양주로 내려가네
외로운 돛 멀어지다 벽공으로 사라지고
오직 장강만 하늘 끝 흐르는 듯하네 663-664쪽
헤어짐은 늘 맘이 시리지요. 절절하네요.
칠언절구악부
이백 청평조 : 청평조1
구름은 옷, 꽃은 얼굴 생각나네 만드니
봄바람 난간 스칠 때 이슬 촉촉이 맞네
만약 군옥산 꼭대기서 본 게 아니라면
요대의 달빛 아래서 만난 게 틀림없네
천보 2년(743) 봄 당현종이 침향정에서 모란꽃을 감상할 때 당시 한림공봉이던 이백에게 신곡을 짓게 했다. 술이 거나한 이백이 즉석에서 [펑평조] 3수를 지었다. 728-729쪽
운상의상화상용
춘풍불함로화농
악비군옥산두견
회향요대월하봉 다르지요. 물론 다르지요. 그래도 3백여 수의 시데 다가가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한글로 읽어보았습니다. 나름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드네요.
320. 두추낭 금루의 : 금실로 지은 옷
권하건대 금실 옷 아까워 말고
차라리 젊은 시절 아까워하라
꽃피어 꺾을 만하면 바로 꺾어야 하니
공연히 기다리다 꽃 없는 가지 꺾지 마라
권군막석 금루의
권군석취소년시
화개감절직수절
막대무하공절지
금루의
권군석취소년시
화개감절직수절
막대무화공절지
<당시삼백수>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이 시는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두추낭은 금릉의 가녀로, 15세 때 진해절도사 이기의 시첩이 됐다. 당헌종 때 이기가 지를 짓자 궁중으로 들어가게 됐다. ... 청조 진완준은 <당시삼백수보주>에서 성현이 세월을 아쉬워한 뜻을 노래한 것이다. 평범한 시어로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고 칭송했다. 732-733쪽
좋은 시가 담긴 두껍고도 귀한 책을 부처님 오신 날, 펼쳤습니다.
큰 아이가 속이 아파 예약한 식당에 갈 수 없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이가 귀하니 12시 경에 식당 예약 취소여부를 결정해야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지요. 내일이 사랑하는 아내 생일입니다.
조금 아쉬울 수도 있으니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우엣든 좋은 시를 만나 반갑네요.
인간사랑출판사에서 멋진 책을 받고 묵혀두었다가 이제사 간단히 리뷰합니다.
이 좋은 시를 어렵게만 생각 않고 날마다 한 수씩 접하면 어떨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