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팠는데도 나는 또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132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 가쿠타 미츠요의 연작 소설!
이별의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곱 가지 눈부신 이야기
연애, 허무하고 일방적인 애정 드라마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소설을 써도,
펴론가에게 혹평을 듣고 자신감이 깡그리 사라졌어도,
내가 여태껏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옛사랑에게 차인 경험이 잇기 때문이다. -가쿠타 미츠요
가쿠타 미츠요 : 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 졸업.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깊고 특히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 <잘 자, 무서운 꿈을 꾸지 않도록> <조는 밤의 유에프오>, <공중정원> <대안의 그녀>, <록 엄마> <8일째 매미>. 삼월의 초대장, 숲에 잠드는 물고기,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12별자리 러브스토리, 가족 방랑기,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전학생 모임, 그녀의 메뉴첩, 더 드라마, 죽이러 갑니다. 프레젠트, 턴에이지, 내일은 멀리 갈거야, 인생 베스트 텐, 사랑이 뭘까, 납치 여행 등이 있다.
남자에게 일은 여자의 연애와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는 여자처럼 연애에 빠져들지 못하고 그 대신 일에 빠져든
다. 여자는 그 반대인 듯하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
할 때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할 때도 잇다.
그런데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나이에 이르면 좋
든 싦든 연애는 일과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 나의 젊은 날을 떠
올려봐도 그러고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멋지다고 생각한 일
을 하는 사람을 열렬하게 사랑한 적이 있다.
...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전과 다른 장소에 서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차이는 것은 여행과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은 뒤부턴 사랑할 때
마다 뭔가 좀 더 굉장한 소설을 쓰고 싶다 며 초조해했다. ... 굉장한 소설
이라는 건 상대가 굉장하다고 말해주는 소설이 아니라 스스로
굉장하다고 여기는 소설이어야 했다.
... 나는 이제 곧 마흔두 살이 된다. 아마도 지금은 사랑을 해도
사랑과 일을 다로 떼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일하는 모습이 멋
있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일
을 열심히 하는 일도 없으리라. 일은 지극히 확고한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되기 전에 사람들이 사랑과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애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읽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가쿠타 미츠요
머리말 대신
옮긴이의 말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 사랑을 잃
어버린 적이 있나요?
가쿠타 미츠요의 연작단편집에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담겨 있
습니다. 애인을 뻥 차버리는 무심한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는 또
다른 무심한 애인에게 차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연작단편
집에 나오는 주인공들 가운데 저는 이상하게 구마 짱과 기마코
가 참 얄밉더라고요.
... 마지막 단편에서 록 밴드 보컬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잃은 유리에가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서 참 반가웠습니다.
하나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우연이 거듭되어야 합니다. 영
원하리라고 믿었던 그 사랑은 거듭되는 서운함, 실망, 오해, 집
착, 질투, 의심, 미움이 쌓여서 결국 깨지고야 맙니다. 여기에 나
오는 사랑은 대부분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소라의 바람
이분다에도 사랑은 비극이러아.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라는 가사가 나오죠.
... 좋아하는 글을 쓰고 맛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멋진 취
미를 즐기고 더구나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는 작가의 삶이 정
말 부러웠습니다. 물론 글쓰기라는 작업은 그리 녹록지 않을
테지만요. 앞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하길 빕니다.
어느 늦은 밤에
안소현
맺음말 대신
구마 짱
아이돌
승부 연애
박쥐
부평초
빛의 아이
소녀상담실
구마 짱을 만난 건 4월 이었고, 그때 고다이라 소노코는 스물
세 살이었다.
작년에 대학교를 졸업한 소노코는 아동복 회사에 취직했지만
아직 학생티를 털어내지 못하고 주말에도 어김없이 대학 시절
의 친구들을 만났다. 9쪽
오컬트 같은 해석으로 소노코가 자기 자신을 설득시키려고
한 건 너무나도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취한 그날, 몇 시간이지만 소노코는 이미 구마 짱을 사랑하고 있
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그렇지 않으면 딱 한 번 몸을 섞
어서 생긴 단순한 애착인지 냉정한 판단은 서지 않았지만,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마음은 일단 소노코 안에서 사랑
이라는 서럽에 정돈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22쪽
열흘이 2주일이 되고 2주일이 스무날이 되었다. 정신을 차리
고 보니 구마 짱을 보지 못한 채 장마철이 끝나버렷다. 이글이
글 바깥 기온이 오르고 아파트 창문을 꼭 닫고 있어도 매미 소리
가 비집고 들어오는 계절이 되어도 구마 짱은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해진 소노코는 구마 짱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신호음
은 끝없이 울리기만 했다. 37쪽
이런 안타깝군요,. 그럼 또 봅시다. 일이 잘되길 바랄게요.
도쿄에서 라이브 공연을 또 할테니까 와요. 그 남자 친구랑.
소노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예술가에게서 등을 돌렸다. 몇 걸
음 걷가가 뒤를 돌아다보니 중년 여자 손님이 도록을 가슴에 품
고 그에게 다가가 사인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티셔츠에 그
려진 곰돌이가 소노코를 보고 웃고 있었다. ... 그것은 언제까지나
계속 춤을 추었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51쪽
오카자키 유리에를 만난 건 7월이엇고, 그때 모치다 히데유키
는 막 스물일곱 살이 되었다.
히데유키는 그해 여름, 아는 사람이 하야마 바닷가에서 운영
하는 임시 휴게소 바다의 집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아는 사
람은 학창 시절 친구의 선배였다. 55쪽
몇 번인가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난 뒤 "사귀는 사람이나 좋
아하는 사람 있어?"하고 유리에가 물었다. 히데유키가 없다고
하자 "그럼 이제 귀찮으니까 우리 사귈까?"하고 유리에가 제의
했고, 히데유키는 동의했다. 61쪽
좋아하지도 않는데 건드려서 지송합니다. 그렇지만 임신은
저기, 괜찮을 거예요. 그날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제가 가지 못
했거든요.,
다시 한 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코트 소맷자락으로 훔치면서 히데유키는 벌떡 일어나 커피값을
내고 바깥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쫓아오지 않았고 그 뒤로 전
화가 걸려오는 일도 없었다. 75쪽
히데유키는 아무 의미 없이 창문을 모두 열었다.끈적끈적한
ㅡㅂ기와 고래고래 소리치는 듯한 매미 소리가 한꺼번에 히데유
키를 감싼다. ... 뒤에서 울리는 경적에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
었다는 걸 깨닫는다. 엑셀을 밟자 너무 과격하게 밟은 탓에 머
리가 어질어질햇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101쪽
아이돌 ... 비슷한 일이 없었으니 공감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에 대해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녀상담실
사귄 남자의 숫자를 따져보고 차인 횟수를 꼽아보았다. 그리
고 그 둘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야마사토 고즈에가 깨달은 건 서
른여섯 살 때였다.
그때 고즈에는 긴 다툼 끝에 합의이혼하게 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결혼 생활은 5년 동안 이어졌지만, 마지막 1년은 거의
서로 이혼 이야기감 주고받았다. 이혼의 원인은 남편인 히나타
도오루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지 때문이다. 321쪽
실제로 유리에와 그 뒤로 연락이 딱 끊어졌다. 연락을 할까,
함께 술 마시고 싶다,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 잇
었다. 하지만 앞으로 걸어간 유리에한테 몇십 미터 뒤쪽에서 말
을 거는 건 어쩐지 어색하고 한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고즈에는 좀처럼 연락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전날의 복사판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354쪽
나야말로 미안. 잘하지 못해서.
찬 것도 차인 것도 아니라 둘이서 손을 놓은 것이라고 고즈에
는 자신도 고개를 꾸벅하면서 생각했다. 필요한 걸 지켜낼 수
없었다.
아냐, 아냐. 그런.
도오루는 당황해서 또 고개를 꾸벅 숙인다. 고개를 서로 수그
리는 자신들이 우스워 고즈에는 웃는다. 도오루도 웃는다. 난
처해하지 않고 웃는다. 그 사실에 고즈에는 자신조차 깜짝 놀랄
만큼 깊이 안도한다.
그럼 또.
그래. 잘 지내.
...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 다시 사랑을 한다. 골절보다 화상보다
급성 알코올 중독보다 뼈저리게 아픈 경험을 했는데도.
괜찮다고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낀다. 자신에
게, 그리고 소녀상담실에서 만난 이름과 실연 이야기밖에 모르
는 수많은 여자에게 ... 멀어져가는 사람들의 흐름 속에 눈에
익은 코트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 그리고 그의 코트는 혼잡한
사람들 속에 뒤섞여 보이지 앟게 된다. 363쪽
2012년 4월 20일 초판 1쇄
2012년 7월 30일 초판 2쇄
이태권, 최은정 (주)태일소담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78-2 (우)136-020
전화 745-8566~7
홈페이지 www.dreamsodam.co.kr
이렇게 <굿바이 마이 러브>를 읽었고
그래서 6월 빙고 완성했네요.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