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했다.
잭팟이 터져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공했다.
그 중 한 측면인 통역사의 매력에 이끌려 여러 인터뷰를 보다보니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 영화에 자전적이라는 것이다.
봉감독은 대학생일 때 부잣집의 큰 저택에서 친구의 소개로 과외를 한 경험이 있고
자신도 소개로 다른 친구를 데려오려 했으나 그 전에 짤려 기택네처럼 침투하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웃픈 경험을 소개했다.
영화의 시작이 이 경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의 머릿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있던 기억이 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듯 하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난 후 이 책이 이토록 강한 흡입력을 지닌 이유는 자전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습지라는 낯선 풍경과
이 습지를 평생의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이토록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인 저자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남편과 단 둘이 7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으며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책의 마지막에 묘사되는 주인공 카야의 외관은 백발머리를 한 작가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허구적이다. 독자들도 내가 읽는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는 태가 나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여운이 짙게 남고 다시 생각난다.
성장+미스테리+로맨스가 뒤섞여있지만 어느 하나 대충인 것이 없다. 로맨스 소설에서 반복되는 클리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무언가 얻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되는 책이 아닌, 이야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책이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