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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제국

[도서] 실리콘 제국

루시 그린 저/이영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실리콘 제국(Silicon States)는 미래예측가이자 전략가이며 작가이기도 한 루시 그린이 2018년에 쓴 책으로서, 국내에서는 2020년에 번역 발간되었다. 따라서 책머리에는 기준년도가 2018년임을 주지하고 있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저자가 내다본 미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은 우리의 일상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특히 요즘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소셜 미디어나 디지털 기기, 무인 시스템 등이 중요한 기술로 여겨지면서 그들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기업들의 기술력과 파급력은 인정하면서도 시종일관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미국을 이끄는 GAFA, 즉 Google, Appel, Facebook, 그리고 Amazon은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서 대중들의 소비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또한 지배하고 있다. 특히 이 기업들은 사업을 여러 분야로 확장시켜나가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항공, 의료, 보건 등의 전통적인 분야와 더 나아가는 정부에까지 그들의 손길이 뻗쳐나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가 부상한 핵심이다. '붕괴(disruption)'의 탄생. 변화를 무섭고 불길한 것이 아닌 멋지고 바람직하며 진보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한 것이다. … 다른 사업과 사업 모델의 붕괴를 유발하여, 돈을 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계속 선전하고 있는 기술 결정론(tech determinism)의 탄생이자 다원주의적 주제였다. p46-47 

실리콘 밸리가 추구하는 '붕괴'는 전통적 기술과의 충돌을 야기시킨다. 이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문제는 필수 조건처럼 함께 따라온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등이 가져온 변화는 택시업계, 숙박업계, 유통업계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의 실직을 불러일으켰고 소비자 중심적인 운영 방식은 종사자에 대한 비윤리적인 처우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비단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타다'가 택시 업계의 파업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새로운 기술은 전통적 가치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켓 컬리가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뒤이어 거의 모든 유통업계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새벽시간에 배송하는 유통구조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택배기사들의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 전통적인 유통업계의 몰락 등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편리함을 전달한다는 혁신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충돌이 끝나고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침범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면 구글 지도에 업체를 등록하지 않으면 목적지로 설정할 수 없다. 아예 제외되는 것이다. 그들의 '제국'에 종속되는 노예가 되지 않는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화, 로봇공학, AI가 모두 실업을 유발하고 있다. 무인 자동차, 센서, 자동화가 주차 딱지나 과속 벌금을 엄청나게 줄이면 세수를 늘릴 방도가 절실해질 것이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은 주택 가격과 임대 가격을 왜곡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내몰고 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8. 에어비앤비랜드'였다. '색다른 경험', '현지인과의 소통' 등 그들이 소비자들에게 강조하는 내러티브에 이끌려 나 또한 에어비앤비를 애용해왔지만, 돌아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페루에서 사용했던 에어비앤비에서는 2박 3일간 주인 얼굴조차 볼 수 없었고, 호주 여행때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예약을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그 당시 적극적으로 클레임을 걸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쿠스코에서는 백인들이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었고, 호텔처럼 브랜드화 되어 이곳 저곳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호스트 또한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경험처럼, 에어비앤비는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어지고 있는듯 하다. 이미 그들은 각국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위 '힙'한 지역에 몰려드는 자본의 손길에 많은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고 있다. 임대료는 치솟고,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리지만 그들은 곳곳에서 발생하는 호스트들의 인종차별 문제만큼이나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사람들은 존재할 것이고, 나 또한 네모반듯한 호텔방이 지겨울 땐 에어비앤비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이용하고 공유경제를 신봉하기에 앞서서 빛과 그림자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루시 그린은 여성으로서 실리콘밸리의 명과암을 보았고, 그동안 논의되지 못했던 '남성우월주의'적 문화를 자세히 기술했다. 기업 내에서 이미 '백인남성 우월주의'적 관행이 남발하고 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젠더 프리를 외치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홍보용으로 활용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tech분야에는 문외한이고,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 팀쿡 정도밖에 모르는 살짝 '뒤처진' 사람으로서 몇몇 부분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다. 말 그대로 정말 재미있다. 통쾌할 정도로 날카롭고 위트가 넘치는 그녀의 비판 실력은 정말 뛰어나다. 두 번째 읽을 땐 조금 더 꼼꼼히, 그리고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실리콘벨리 #루시그린 #예문아카이브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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