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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

[도서]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유지원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민음사의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이 만났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두 학문의 경계는 없다고 말하는 책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합주가 경쾌하고 아름답다.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이지만, 과학만큼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분야는 또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에 대해 찾아오는 비정기적인 갈증 해소를 위해 종종 과학서적을 찾아 읽고있는데, <뉴턴의 아틀리에>처럼 한 층 힘을 뺀 과학서적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로망스어 계통의 언어를 전공한 탓에 알파벳을 접하고 쓸 일이 많았다. 교환학생 시절 우연히 타이포그래피 전시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글씨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후 TED를 통해 FUTURA(인류 최초 달 착륙에 함께한 폰트)와 폰트가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는 강연을 보며 타이포그래피라는 예술분야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좋아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익숙하지만 관심단계인 두 분야의 접합점과도 같다. 복잡한 물리 개념을 예술작품으로 이해하고 서체라는 흥미로운 분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니 과학을 두려워할 것도, 예술을 주저할 것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한 단어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김상욱은 김상욱은 주로 물리학, 생물학 등 과학적 관점에서 예술작품을, 유지원은 서체와 조형, 음악 등 예술적 관점에서 과학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두갈래의 글의 결국 인간의 감성에서 만난다. 예술도 과학도 인간이 의미를 두기에 존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일것이다. 타이포그래퍼의 책 답게 두 사람의 글에 사용되는 서체가 다르다는 섬세함도 너무 좋았다.


유지원

로만은 이 희한함들을 수집해서 무려 한 벌 폰트 '홍콩거리체'를 만들었다. 독일인의 성실함으로 홍콩의 독특한 지역색에 깊은 애정을 바치며 공들이는 이 태도에서 나는 진지한 유머를 느낀다.

유머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 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


김상욱

세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을 통해 물질의 적절한 이동이 있어야 한다.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이 이런 미묘한 역할을 수행한다. 유머를 자아내는 보테로 작품 속 인물들의 지방은 사실 생명의 필수요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대게는 유머 없는 행복보다 유머 있는 불행이 낫다. 유머 없이 사는 것보다 더 불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욱의 프롤로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물리는 미술이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관측 결과를 정밀하게 스케치했다. 사진기가 등장하기까지 과학자는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그림으로 기록해야 했다.' 과학과 예술이 우연이 아닌 필연인 이유다. 어쩌면 하나였을 학문을 분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위적인 경계가 세워지게 된건 아닐까 생각한다.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유지원의 『글자 풍경』을 위시리스트에 넣으며 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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