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도 게임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게임은 현대인들의 일상속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부터 테트리스,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야채부락리, 그랜드체이스, 메이플스토리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겼는데, 실력이 형편없어 주로 아케이드 게임을 했다.
스마트폰이 생겨난 이후로는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도 함께 즐겼다. 20-30대라면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쿠키런, 모두의 마블은 물론이고 각종 타이쿤과 액션게임들이 내 휴대폰에 깔렸다 지워졌다.
이제는 게임도 가상현실이 더해져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VR 체험존에서 간단한 일회성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있지만, 요즘엔 이 마저도 지난 유행처럼 느껴진다. 이젠 VR 기기가 가정으로도 보급되어 집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엔딩 보게 해주세요>는 개발자 출신의 소설가들이 쓴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이다. 5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5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장르소설의 대가 답게 요다 출판사가 이번에도 신선한 장르의 책을 출간해냈다. 이젠 게임을 책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게임을 조금 즐겼을 뿐 본격적이었던 적은 없어서 책을 읽기가 못내 망설여졌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고, 잘 모르는 게임 회사와 게임 개발의 세계를 과연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가 아는건 넥슨 주식이 엄청 올랐다는 것 뿐인데...)
역시나 현직에 몸담았던 작가들이 쓴 소설 답게 모르는 게임 및 개발 용어들이 자주 등장해 물음표를 머리에 단 채 넘어가야 하는 부분들도 꽤 있었다. 몇몇 단어들은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가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있었다. 특히 김보영 작가의 <저예산 프로젝트>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반전과 감동의 결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이 일상이 된 사회가 잘 묘사되어있던 부분이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웠기 때문이 크다.
보이지 않는 연을 날리며 뛰는 아이들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요정과 같이 춤을 추는 애들도 있었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보이지 않는 고양이를 쓰다듬는 사람과 허공에 팔짱을 끼고 행복한 얼굴로 혼자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P.44
‘포켓몬 고’가 한창 유행했던 때가 떠오르면서 , 이제 어디에서건 허공에 말을 걸고 몸동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두려우면서도 가능성 높은 미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태어나도 게임 개발자는 안될 것 같은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소설이라기보다 하나의 직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개발자들 간에 분업과 팀워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결실을 유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기는지 알게되었다.
게임에도 시나리오 작가가 있고, 그저 기능만 구현해내는 것이 아닌 커다란 세계와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는 창작자의 고통과 고뇌가 여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애정 또한 느껴진다. 그들에게 게임은 애증의 대상일까. 개발자라면 분명 백번 공감하며 읽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우리의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즐거워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감사하는 건 아직도 게임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P.250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하는 행위들이 멸시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효율과 생산성만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에서 게임은 일종의 돌파구이자 도피처로 작동하고 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을 좋아해서 만드는 개발자들과 게임을 그 자체로 즐겨주는 유저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목차
1. 저예산 프로젝트 - 김보영
2. 당신이 나의 히어로 - 김성일
3. 성전사 마드리드의 슬픔 - 김인정
4. 앱솔루트 퀘스트 - 김철곤
5. 즉위식 - 전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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