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죽음을 앞 둔 사람이 쓴 글이기 때문일까? 담담히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저자의 문장들이 마치 삶을 통달한 성인의 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저자의 사람 됨됨이가 더 뚜렷이 보이고, 투명하게 드러난다.
전지전능해보이는 의사도 결국 한 사람이고 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들도 결국 병과 죽음 앞에서는 무너져내리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언제나 의사역할만 했던 자신이 환자가 되었을 때의 허무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저자의 감정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죽음은 결국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삶은 불공평할지몰라도 죽음만큼은 애석하리만큼 공평하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소중하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죽음의 위험을 앞둔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지표는 나의 삶에 어떤 것이 의미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클리셰같은 질문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삶의 지표가 이 질문 안에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