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를 처음알게 된 것은 델리아 오웬스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역자인 김선형님이 '이게 뭐라고?'에 출현하신 회차를 보았을 때다. 안경 뒤로 순한 눈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를 가진 진행자가 <한국이 싫어서>, <5년 만에 신혼여행>등의 책들을 쓴 유명 작가라는 것은 예상치도 못한채, 그의 부드러운 말세나 게스트를 배려하는 진행 쏨씨 등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후로 장강명 작가를 찾아보는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꽤나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비주의를 자처하거나, 글 뒤로 숨어 나타나기를 꺼리는 작가들과는 분명 다른 재질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장강명 작가는 자신을 말하고 듣는 사람이기보다는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제스쳐보다는 텍스트로, 말보다는 글로 대화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그런 사람. 내가 본 미디어 속 작가의 모습은 '지하 3층'에서 진행 과외를 받는 등의 노력을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말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예의가, 읽고 쓰는사람에게는 윤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예의의 기준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윤리는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구절은 그 동안 내가 예의와 윤리를 혼동하여 이해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꽤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말에 서툰 사람이 진행을 한다, 그것은 무척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이고, 여전히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말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능력, 즉 감성을 갖춘,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이게 뭐라고>의 진행자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아할 작가가 이렇게 활발히 말하는 매체에 나와준 다는 것에 깊은 기쁨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