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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도서]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70~80년대만해도 고고학자를 장래희망으로 쓰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나 <로맨싱 스톤>과 같은 서구 영화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요즘 세대에게 고고학은 느리고 답답한 학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미래만 이야기하는 시대에 과거를 찾는 학문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고고학자의 길을 걷는 분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인욱 교수다. 고고학을 대중들에게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며 접근 장벽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인욱 박사의 책은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으로 처음 접했다. 읽은지가 불과 몇달이 채 안된지라 이번 책과 비교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전작은 인문분야에 가깝다면 이번 책은 더 역사분야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 더 딱딱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검색의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이 보다 의미있는 이유는 '강대국 문명 중심의 역사관'을 고고학 유적을 통해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기원을 확인하고 싶어하며, 그 뿌리에 기대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 욕망이 고고학을 발달시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 욕망은 자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 국가간 알력싸움이나 이데올로기에 이용되어왔다는 사실이다.

히틀러의 순혈주의, 미국의 선민의식, 서구의 오리엔탈리즘부터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기마민족설, 북방민족설과 같은 역사왜곡 등은 모두 이러한 잘못된 욕망에서부터 기인한다. 유물의 단편만 보고 민족의 우월성을 입증하거나 침략과 분쟁을 정당화하는 등의 오류는 지금까지도 자주 나타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고고학적 사실들이 발견되고 더욱 뚜렷해질수록 이 모든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은 0.3%에 불과하고, 남은 99.7%는 미지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신라인들은 스스로 흉노족의 후예라고 말하고, 한민족의 발명품인 온돌 기술이 먼 유럽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전차, 무덤양식 등 시베리아 유목민족의 전통과 관습은 지금의 유럽, 아시아 등 많은 나라와 민족에 전해졌다. 이처럼 전혀 연관관계가 없다고 생각되었던 유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있다. 이는 과거 인류는 자연환경에 적응해가며 이동하고 서로 다른 문명과 교류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고학이 필요한 이유는 분열된 인류를 한데 모으기 위함이 아닐까?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우리민족, 우리나라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갖게되는 우월감에 경계심을 놓지 않느라 꽤나 애를먹었다. 문화와 유산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것이 문화간 우열을 가리는 잘못된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아야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인식을 갖게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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