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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도서]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저/김유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떠나는 예술 여행

마틴 게이퍼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 평론가이자 작가이다. 최근 국내에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가 열려 큰 사랑을 받았는데, 호크니와의 대담집 <다시, 그림이다> 저자일 뿐더러 호크니가 그린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하면 그 영향력이 짐작이 가시는지.

 

직업이 직업인만큼 그는 수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한다. 특히 대화에서 많은 의미를 찾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변화해있는 자신’을 느낀다고 말한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만큼 유명한 예술가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대화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킬만큼 열려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화는 여행을 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곤 한다. 다른 이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며 개성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차이를 만든다.

p.69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알현하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예술가와 그의 작품들을 만나러 떠난 19번의 여정이 등장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나 데이비드 호크니,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들은 반가움을, 제니 새빌, 제니 홀저와 같이 아직은 생소하지만 인상적인 작가들을 알게되는 귀한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가들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는 확실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은 참으로 귀하디 귀하다. 어려운 용어로 점철된, 그들만의 리그 같은 책 말고, 예술이 마치 일부만 향유할 수 있는 전리품인양 으스대는 그런 글 말고, 평론가의 경험이 깃들어 독자에게 친근히 다가가는 그런 책 말이다.

 

귀여운 표지가 독자들을 매력적인 예술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느낌이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미술 작품들이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어 더욱 즐겁다. 원제는 <The pursuit of Art: Travels, Encounters and Revelations>로, <예술의 추구: 여행, 만남, 그리고 계시>로 해석되는데, <예술과 풍경>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명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할 이유가 되어주는 책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했다. 예술계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직접 전시관에 가지 않아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예술 작품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산되어왔다.

 

하지만 이 책은 가속화된 제동을 걸고 있다. 미술 작품은 그저 시각으로 보는 것 만이 아니다. 관객은 작품이 위치한 곳, 그 곳에서 느껴지는 부피감과, 질감, 색감 등 그 모든것에 의해 압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니터 화면으로 본 작품을 ‘느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작품을 총체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작품 앞에 있을 때, 당신은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p.80 <선배, 라이벌, 후배>

 

작품 앞에 서는 경험은 확실히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많은 이들이 바쁜 여행일정 중에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하루 이상을 투자하여 방문하는 이유다. 때론 미술 작품이 여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여행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 방문했던 바티칸 성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아래 섰을때 느꼈던 압도감은 확실히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따라서 사진으로 회화를 충분히 즐기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해도, 회화가 가진 전체적인 힘을 느끼려면 실물을 봐야 한다. 복제본은 대부분 실제 회화와 크기는 물론 색깔도 다른데, 아무리 원본에 가깝다 해도 질감이나 투명함의 정도, 붓 자국의 변화, 빛이 반짝이는 방식, 다른 요소의 불투명함 등을 놓치게 된다.

p.96 <선배, 라이벌, 후배>

 

작품은 시간, 공간과 함께한다.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직접 마주했을 때 그 숨결이 느껴진다. 그래서 관람객은 비행기 티켓을 사고, 시간과 체력을 들여서 직접 그 곳에 방문하고, 입장료를 내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작품 앞에 서야하는 것이다.

 

여행이 비현실적인 꿈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를 얻었다. 타국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우선 국내에 있는 작품들을 직접 만나러 몸을 일으켜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은 불안정한 시대에 오히려 더욱 만개하는 법. 지친 몸과 마음에 단비를 내려줄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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