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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도서] 웃음

앙리 베르그송 저/정연복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작지만 확실한 고전'을 문지 스펙트럼은 숨어있던 고전을 작고 얇아 휴대하기 좋은 문고본 사이즈로 소개하는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의 시리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 신선하다. <웃음>의 옮긴이의 말에는 ‘1900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프랑스에서는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명저가 한국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읽히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이 책의 첫번째 동기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대중성을 얻지 못해 아쉬운 책들을 최신판으로 접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은 1992년 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다. 새롭게 리뉴얼되어 문지 스펙트럼으로 출간되면서 옮긴이 정연복 교수님께서 일부 오역과 오류를 정정하고 좀 더 쉽게 읽히도록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무려 30년만에 재 출간이다. 교수님께서는 다시 글을 매만지며 어떤 기분이 드셨을까? 재출간의 기쁨과 함께 이전보다 더욱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길 소망하셨을 것 같다.

 

우리는 ‘슬픔’에 대해서는 광적으로 탐구하려 들면서도, ‘웃음’에 대해서는 비교적 등한시해왔다. 눈물은 고고하고, 웃음은 천박하다는 이분법적 인식 때문일까?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 즉 희극성에도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웃음을 다루었다.  

 

이 책은 ‘웃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논문 세 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희극성, 상황의 희극성과 말의 희극성, 성격의 희극성이 그것이다.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이 ‘살아있는 것에 더해진 기계적인 요소’ 앞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생명은 결코 반복하는 법이 없기 때문(41p)’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방심할 때 나타나는 ‘기계적인 뻣뻣한’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웃음은 ‘공감’이 없을 때 나타난다. 슬픔, 기쁨, 격정 등은 타인에 의해 내 마음이 동요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웃음은 감정은 제외하고 지성으로만 받아들여질 때 , 즉 ‘무감성’에 의해 냉정함을 유지할 때 나타난다.

 

희극성은 순전히 지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p.15

 

어렸을 때 나는 엄마가 처음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마 넘어지는 엄마가 느끼는 당혹감에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요란하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는 웃는다. 순전히 감정을 배제한 지성의 요소만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또 다른 웃음의 특징은 ‘사회성’과 관련한다는 것이다. 웃음은 ‘사회생활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직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웃음거리가 된 사람은 약간의 굴욕감을 느끼며 자신의 행동이 반사회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교정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사실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웃음은 분명 ‘공감’의 영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생명과 기계의 뚜렷한 대비를 통해 베르그송의 철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생의 철학자로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역동하며 변화하는 삶, 시간, 그것에 대한 직관을 강조했다. 아직은 배움이 부족해 모든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책을 통해 그의 세계를 잠시 엿볼 수 있었음에 충족감을 느낀다.

 

*본 서평은 문학과지성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으며, 주관적인 견해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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