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벌거벗은 미술관

[도서] 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미술 안내자' 양정무 교수의 신간 <벌거벗은 미술관>은 제작년 이탈리아 여행 때 바티칸 박물관에서 내가 입을 벌리며 경탄했던 수 많은 조각들이 '복제품'이라는 충격을 선사하며 새로운 미술의 세계로 인도한다. ‘벗은 몸’의 신화를 추적해나가며 흔히 '클래식하다'고 할 때의 고전은 무엇이고 고전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우리가 알고있는 고전과 사실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1장은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다.

 

2장은 고대, 중세 초상화나 조각에는 웃는 표정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미술 작품과 웃음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글이 담겨있다. 미술 작품들 속 표정을 따라가다보면 그 끝에는 웃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하게 된다.

 

3장은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탄생과 우아하고 지적인 공간 뒷면에 숨겨진 약탈과 착취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후 국민 계몽, 인류 지식의 총체, 현대 건축의 정수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박물관의 역할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팬데믹과 미술관의 관계를 시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흑사병, 스페인 독감, 그리고 코로나에 이르는 질병의 역사가 미술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 예술계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아주 재미있는 교양 강의를 듣는 것 처럼 편안한 문체와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해 새로운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난이도로, 미술이라는 세계가 이제는 충분히 대중의 영역으로 친절한 발걸음을 해주고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 책이 더욱 가치있는 이유첫째, 다양한 미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조각, 건축 등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다채롭고 풍성하다.

 

두번째 이유는 역사를 바탕으로 서술되어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예술이 별개로 설명되는 것이 아닌, 역사라는 커다란 흐름을 따라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지점에서 미술이란 결국 인간이구나, 미술사란 결국 인간사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마지막으로는 풍부한 시각 자료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모든 미술 작품은 모두 책 속에 삽입되어있다. 무려 컬러로! 인터넷에 검색할 일이 없어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책의 만듦새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다. 강렬한 빨간색 커버의 좁은 틈새로 눈이 마주치는 한 사람. 커버를 벗기자 표지속 주인공이 드러난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오스발트 크렐의 초상>이다. 찌푸러진 미간이 눈에 띌 정도로 근엄하고 신경질적인 얼굴을 한 사내. 무슨 사연이 깃든 것인지 호기심이 일렁인다. 그림 속 주인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 111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는 책 커버 구성은 독자가 책의 커버를 직접 '벗겨'보는 경험을 통해 그 동안 가려져있던 미술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제한다는 책의 큰 주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여행도 관람도 어려운 코로나 시국이지만, <벌거벗은 미술관>을 읽으며 세계 곳곳의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나만의 큐레이터와 함께 천천히 거니는 듯한 경험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생명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있고, 에덴의 동산에 선악과가 있듯이 아름다운 미술에도 늘 그늘이 존재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반전의 미술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합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