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허지웅의 전작인 <살고싶다는 농담>을 읽고 나는 허지웅의 글을 좋아하게 됐다. 내가 알고있는 그의 (방송에서의) 이미지는 뭔가 까칠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의 글은 참 따뜻했다. 그 뒤 우연히 인스타에서 허지웅 작가를 발견하고 팔로우한 뒤 가끔 올라오는 글들을 읽기도 했다. (지금은 인스타를 안하니 읽을수가 없어 아쉽지만...)
어쨋든 허지웅의 글을 좋아하다보니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e북으로 바로 결제를 했다. 작년 8월에 출간된 책인데 이제야 다 읽은 이유는^^;; 인스타에 올라오는 글을 읽듯이 매일 조금씩 아껴 읽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이웃>은 코로나 시기 그가 만난 세상에서 시작된 책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이웃간의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작은 일에도 서로 분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지난 3년을 지나며 이제는 서로 최소한의 이웃이 되어주자는 희망의 메세지를 담은 책이다.
내가 어릴때만해도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몇층에 누가 사는지 전부 꿰고 있을 정도로 자주 왕래하고 서로 친하게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열리던 반상회가 우리집 차례이던 날이면 같은 동 입주민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여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엄마가 어쩌다 일이 늦으시는 날에는 학교가 끝난 뒤 이웃집에 맡겨졌던 기억도 있다. 진짜 친척보다 더 가까운건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던 시절이었다.
추억은 추억일 뿐,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물론 없지만 유독 이웃간의 삭막함을 느낀 날, 또는 뉴스에서 안타까운 고독사가 보도되는 날이면 이웃간의 따스했던 지난날의 정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일까? 이 책을 쓴 허지웅 저자 역시 글을 쓰며 이 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촌철살인같은 문장을 날리다가도 꼭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을 잊지 않는다.
남이 나에게 최소한의 이웃이길 바란다면 결국 내가 먼저 기본과 약속을 지키는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외면하지 않은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나 역시 최소한의 이웃이 되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