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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eBook]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2018년 겨울 김원영이 김초엽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시작되었다. 김원영 작가는 골격계 관련 질병으로 휠체어를, 김초엽 작가는 청각 장애로 인해 보청기를 각각 보조기기로 사용하며 장애를 보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김원영 작가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도 장애와 관련된 책을 펴내기도 했었지만 사실 김초엽 작가가 청각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어느 공적인 자리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섰다는 소개 멘트를 듣는 등 그동안 그녀가 무언가 '비정상'적인 존재로 규정되는 경험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초엽은 소설가가 되기 전 자연과학 연구자였고, 여성이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작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각기 다른 성별과 지적인 배경, 장애 유형, 나이차이가 있기 때문에 장애와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서로의 입장차이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처음 읽었을 때, 장애인을 향한 나의 생각에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번 책도 그와 같은 맥락 위에 있었다.

우리는 보통 장애를 가진 이들을 치료해야 하는 결핍된 존재로 여기고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정상범주에 들어오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장애를 가진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로봇 외골격을 장착한 장애인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지만 실은 어떤 장애인에게는 휠체어가 몸에 더 적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장애를 '결여'가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물론 과학기술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발달된 과학기술로 인해 장애를 치료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신체는 규격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각자 몸의 상태나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이다. 장애는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시선만은 불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두 저자가 각자 지닌 장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의 만남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대담이 마지막 부분에 담겨있어서 더욱 다양한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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