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도서]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최성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식조차 못한 채 수많은 상식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달리말하면 우리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건들을 상식에 기반하여 해석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태어날때부터 각자 지닌 기질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적 요인도 다르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은 대체적으로 유사하며 이로인해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기준점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있는 그 상식은 대체 어디에서 온걸까?

 

상식의 출발점은 바로 한 개인의 생각에서부터다. 상식은 하나의 생각, 한 사람의 행위에서부터 출발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봐야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사회의 이념을 너무 쉽게 수용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신념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곤 한다. 내가 가진 상식들을 점검해보고 자기만의 올바른 신념을 세우는 작업이 한번쯤 필요하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과 소비에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인해 억압되어 있다. 그 울타리는 바로 익명이다.

 

익명은 두가지의 개념으로 나뉘어지는데 첫째로는 기본적인 익명의 개념으로 자신의 실체를 감춘다는 것에 있고, 두번째는 이름 없는 무명의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익명의 상태로 태어나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점차 존재의 이유를 가지게 된다. 위에 책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배달 라이더들은 우리와 거의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익명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달 라이더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뉴스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팽배한 혐오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온라인 상에서) 성별과 나이 그리고 거주지역에 따라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심각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자신과 관계맺지 않은 익명의 누군가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개인적으로 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면 더 이상 그런 혐오의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감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의 물리적 거리부터 좁혀나가야 한다. 지역간의 만남과 화합을 추진하고 공동체를 활성화 하는 것만이 익명의 장막을 거둬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러기위해서는 우리 중 누구든지 익명의 그림자로 인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만 한다.

익명이 암시하는 내용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하면 이것은 앞서 말한 '상식'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사실 다름아닌 상식 속의 세상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상식은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어디든 언제든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꾸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이유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질적 기반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돈에 의존해야 하는데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절대적인 의존성이 돈, 화폐 자체가 점점 자유를 의미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자본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고 있는데 소비의 쾌락에 빠져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두쇠처럼 지나치게 돈을 아끼는 태도 역시 자본에 대한 집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적당한 재산만을 유지해야 한다. 비록 이 기준이 명확하진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수많은 의문점이 생겼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들일까? 수많은 익명이 상식을 만들어냈고 나 역시 그 상식에 기반해 나의 행동을 결정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평가해 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이 과연 존재할까?

 

우리가 가진 상식은 다시 모여 신념과 이념이 되고 다른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는 상식을 만드는 주체이면서 또한 그것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우리 각자 모두가 올바른 신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만 세상은 좀 더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우리사회가 작동되는 원리를 알고 현실을 좀더 직시하고 싶다면 익명에서부터 상식, 상식에서 이념으로 이어지는 이 책의 탐구 여정을 함께하길 추천해본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