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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도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저/김희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에서는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소개하며 그와 관련된 경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음식 이야기가 재미있어 한참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경제학을 배우고 있다고 표현하면 딱 맞을까?

책은 '마늘'에 대해 쓴 머리말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단군신화에서부터 마늘이 등장하고 각종 요리에 마늘이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마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민족이다.

한국인의 마늘 소비는 '마늘을 먹는다' 정도의 묘사로는 충분치가 않다.

한국인은 곧 마늘이다.

한국인은 이탈리아인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의 마늘을 소비한다고 한다. 김치국물이나 고기양념에 든 마늘을 모두 먹지 않는다고 감안하더라도 한국인의 마늘 섭취량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마늘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지 우리는 이것을 특별히 인지하지 않고 산다. 장하준 교수가 마늘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부터다.

영국의 음식문화는 아주 보수적이다. 장하준 교수의 경험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건 입에 잘 대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보통 외국 재료에 대해 회의론이 팽배한데 특히 '마늘'에 대해서는 더 그랬다.

결국 유학하는 동안 영국의 음식이 입맛에 잘 맞지 않았던 장하준 교수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요리와 다양한 음식 문화에 점점 매료되기 시작했다. 음식과 경제학의 환상적인 이번 만남은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마늘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는 여러 음식의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 경제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1부 <편견 넘어서기>에서는 '코코넛'에 대해 다루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정말로 게으를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매체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근면성 부족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가난한 이유가 비단 근면성 때문만은 아니다. 생산성이 낮은 것은 교육 수준이나 건강 등 개인의 조건과 크게 상관 없이 양질의 사회 기반 시설이 받쳐주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것은 개인의 능력 부족과는 상관없는 문제이다.

4부 <함께 살아가기>에서는 '고추'에 대해 이야기하며 돌봄노동을 말한다. 우리 가정과 공동체는 사실 알고보면 수많은 무보수 돌봄노동으로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경제 척도 GDP는 이런 무보수 돌봄노동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장에서 아주 재미있는 사고실험이 등장한다. 만약 2명의 엄마가 자녀를 교환해서 아이들 돌봐준다음 서로 금액을 지불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변화가 없지만 GDP는 올라가게 된다.

우리는 돌봄 노동을 경제 활동으로 계산하지 않으며 일하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을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돌봄 노동은 여성들이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후에 노년 빈곤에 시달릴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돌봄 노동을 대하는 인식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13장의 고추. 돌봄노동에 관한 글을 가장 공감하며 읽은 것 같다. 돌봄노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하나의 경제활동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앞으로 얼른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책 마지막 부분에 '감사의 말'을 보면 장하준 저자는 돌봄노동에 대한 이 장을 쓸 때 가장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셨던듯.. 하지만 그래서 더 감사하다. 여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훨씬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제학 책이라..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한들 얼마나 재미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다채로운 음식이야기와 더불어 쉽고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까지 함께 맛볼 수 있는 그야말로 진수성찬과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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