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실버타운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계산해보는 자매의 통화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바로 가쓰라가의 언니 나쓰키와 동생 미쓰키이다. 자매의 어머니는 실버타운에 들어갔다가 얼마 안되어 사망했고 자매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사실이 곧 밝혀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슬픔보다는 해방감을 느끼는 이 자매에게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가쓰라가 여성들의 이야기는 할머니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쓰키의 할머니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살고싶어해 스스로를 '오미야씨'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오미야씨는 '금색야차'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번역되어 심순애를 말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자매의 어머니 노리코는 첩의자식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서구의 귀족문화를 동경하여 친척집안인 요코하마에 드나들며 높은곳으로 올라가기만을 열망한다. 아름답고 또한 사치스러웠던 어머니는 그런 열망에 발맞추어 큰 딸 나쓰키를 유학도 보내고 요코하마와의 연줄로 부잣집에 시집도 보내지만 나쓰키는 자신의 이런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 않고 유부남과 연애를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한편 둘째딸인 미쓰키는 언니와 다르게 엄마에게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대신 미쓰키의 삶은 좀더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한 삶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로인해 자신만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 미쓰키는 겉으로는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 파리에 유학도 다녀오고 그곳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살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사로 일해 어느정도 경제력도 갖추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꽤 성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사실 미쓰키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에게 버림받은 채 쓸쓸히 병원에서 죽어갔던 것을 기억하면서 마음 속으로 엄마를 원망하고 있고, 그런 마음을 뒤로한 채 이번에는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간호를 도맡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인 데쓰오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가 미쓰키에게 딱 걸린 상황이다.
자매의 어머니 노리코는 건강이 안좋았다가도 다시 회복되고, 다시 안좋아지기도 하면서 자매를 애태운다.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가 어머니와 맺은 관계는 서로 많이 달랐지만 각자 어머니에게 쌓여있는 감정이 많았다. 자매는 겉으로는 허영심이 많던 어머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잘 보내드리려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얼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사람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자매는 엄마를 그사람이라고 부른다)
1부 마지막즈음에 드디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매는 드디어 해방된다. 어머니의 유산과 함께. 미쓰키는 그동안 어머니를 간호하랴 남편의 외도를 신경쓰랴 정신없었던 생각을 정리할 겸 여행을 떠나고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연관이 있는 호텔에 머무르면서 가쓰라가 삼대에 걸쳐 이어지는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여행지에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 깊게 고민한 결과 50대의 미쓰키는 이혼을 결심한다.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어머니의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쓰키에게 친구는 말한다.
너는 우리 세대의 신데렐라야.
엄마만이 아니라 남편까지 없어지고
큰 부자가 되었으니까.
미쓰키는 결국 새로운 곳에 집을 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홀로 새출발을 한다. 돌봐야 할 부모도, 남편도, 아이도 없이 오직 혼자만의 삶을 오롯이 살기 위해서.
<어머니의 유산>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여성의 이야기로 앞으로 점점 나이들어 가시는 부모님을 지켜봐야하는 딸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읽게되는 소설이었다. 미쓰키의 어머니는 소설 속에서 이미 자신이 죽음이 가까웠음을 직감하고 연명 치료 할 것을 거부한다. 60대라 아직 젊으신 우리 엄마도 절대 연명치료는 하지 말것을 얘기하곤 하시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될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미쓰키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점점 지쳐간다. 가족 중에서 어린 아기가 태어났다거나 또는 아픈 사람이 있을 경우 돌봄노동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 한명에게 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너무 힘든일 같다. 예전처럼 아이를 많이 낳는 시대도 아니니 우리 아이들 세대는 홀로 이 짐을 감당해야 할수도... 앞으로 이런 돌봄노동을 사회적 시스템화 시키는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나는 부모님이 늙어서 무거운 짐이 되었을 때 죽음을 바라지 않는 딸이 되고싶다. 그리고 나 역시 늙어서 짐이되는 부모가 되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고 떠나야 할 때 잘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