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향한 학대와 혐오는 왜 끝나지 않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고통받으며 사그라드는 생명에 비하면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기껏해야 벌금 몇 푼, 기소유예, 집행유예 수준으로 끝이 나버리니까. 법 안에서 동물은 그저 사람의 소유물로, 일명 재산으로 치부될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모른다.
최근 전국을 들썩거리게 했던 포항 고양이 토막 살인 사건과 동탄 고양이 학대사건. 특히 동탄 고양이 학대범은 '동물판 N번방'이라 불릴 정도로 잔인한 정도가 심해 학대사진을 보고 며칠을 꼬박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속상해했는데, 그 치가 사는 곳이 나와 남편이 매일 지나다니는 산책코스 옆 아파트 단지라는 걸 알게 되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미친 짓을 저질러놓고 공무원 지망생이라니(심한 욕??)...세상에 말같지도 않은 일이 이렇게나 많이 일어난다. 특히나 동물에게는 더더욱.
동물의 살아갈 권리는 왜 이다지도 형편없이 짓밟혀야만 하는 것인가? 그래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동물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싶은 변호사들의 모임 '동변'이 알려주는, 동물 관련 사건을 통해 현행법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방향까지 제안해주는 고마운 신간. 《동물에게 다정한 법》이 반가웠던 이유는 동물에게 다정한 법률, 동물에게 다정한 방법. 두 가지를 모두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강아지와 함께 사니 강아지 학대나 고양이 학대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깨닫게 되었다. 말은 시각과 청각에 모두 예민해 거리의 자동차 소음과 라이트 불빛, 꽃마차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모두 스트레스라는 점, 또, 화천군 산천어 축제를 위해 화천이 아닌 영동에서 산천어 200여 톤이 쫄쫄 굶은(그래야 미끼를 잘 문다는 이유로) 채 동원된다는 점. 동물을 구경하는 동물원이 아닌, 동물의 안식처인 생추어리Sanctuary의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
외국의 다양한 선례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법망이 너무 느슨하단 사실에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아는게 많아질수록 불편해진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앞으로 나는 '동물권'에 대해 매우 불편해질 예정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악하게 하면 나에게 다 돌아온다'라는 말을 믿는다. 어릴 때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들수록 그 말이 무섭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개인의 쾌락을 위해 생명을 경시한 사람들은 언젠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전에 법규가 더욱 강력해져서 제목처럼 '동물에게 다정한 법'이 되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