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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학 작품은 중학시절 이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당신들의 천국]이다. 어렵지 않았니?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중학생인 내게 소록도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흥미로우면서도 슬픔이 깃든 이야기였다.

 

이청준 작가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7년의 밤],[트렁커] 등등 그때그때마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곤 했는데, 은희경 작가의 발랄함도, [즐거운 나의 집] 이후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읽혀서 한결 편하게 느껴졌던 공지영 작가의 작품도 아닌 신경숙 작가의 오래된 작품 하나가 수면위로 둥둥 떠올라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외딴방]은 무거우면서도 갇혀 있는 이야기라 답답했지만 또한 그것이 우리네 지난 날의 현실이기에 묵인하거나 외면할 수 없어 마주하고야 말아야하는 당면 역사였던 것이다. 착찹함. 나는 이 소설 속에서 그것을 느끼며 목구멍 가득 삼켜보려 하지만 역시나 올해도 삼켜지지 않은 채 책장에서 꺼내서 먼지를 톨톨 털리고 내 책상 위로 올라와 있다. 어김없이 올해도 이맘때쯤 이 책을 재독하리라.

 

한 번 읽고 던져지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신경숙 작가의 글처럼 묵혀두고 일년에 한번쯤은 다시 읽혀지는 이야기도 있다. 화두를 던져주어서가 아니라 누가 등 떠미는 것처럼 습관화 되어 자연스레 읽혀지는 이야기. 마약처럼 막 당겨지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떡볶이처럼 달달하고 매콤해서 그 양념맛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기에 읽혀지는 이야기가 그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작품 중에 [외딴방]을 가장 좋아한다. 박범신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외등]을 가장 좋아하는 것처럼. 그렇게 작가의 대표작은 내가 선호하는 순으로 정열해두고 가끔씩 꺼내보면서 이 삶을 살았을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 보는 것이다.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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