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죽인 조선인들, 북한군이 죽인 남한 사람들. 그때도 많은 사람이 죽었겠지만 4.3이나 5.18에 죽은 사람들이 더 안타까운 건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명분도 없었던,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한 사람들. 죽는 순간의 당사자와,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의 원통함을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늙어 죽어가고, 분노와 원통함도 시간의 바람결에 메말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쓰고, 또 누군가는 그걸 읽는다. 기억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