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초, 순간의 감동이 80년의 삶을 만듭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마음으로 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들 한다. 반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감동이 온몸을 전율케 하고 깊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발에 박힌 굳은 살을 보며 사랑과 슬픔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만져볼 수 있었다는 한 일본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저다마 다른 어머니가 있겠지만 보편적인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그동안 잘 해주지 못한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올라 마음이 짠해지기 마련이다. 미키마우스의 몸에 어울리지 않는 큰 신발은 우리를 동심으로 데리고 간다. 나에게도 내 발보다 더 큰 신발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비어 있는 공간이 내가 그토록 채우고 싶었던 어릴 적 나의 꿈이 자라던 곳이었다고. 인간의 눈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사자의 비유를 통해 먼 내일과 더 넓은 지평을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색보다 검색이 잦다는 젊은이들에게 저녁노을을 보는 감동과 새가 날아가는 경이로움과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는 기적을 선물할 것이다.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세상이 있음을 짧은 이야기는 말해준다.
이 짧은 이야기들은 KBS TV에서 방영되었던 '이어령 님의 80초 생각나누기'에 나왔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냥 못 넘어가고 왜 80초냐고 묻는 독자들에게 80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여 전달한다는 작가의 이야기도 이 책이 주는 묘한 재미와 일맥상통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만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그 안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마련이고 더 깊은 생각으로 이어질 테니까. 짧은 이야기 안에도 놀랍고 유쾌한 이야기의 힘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80초면 칫솔을 하는 시간, 구두끈을 매는 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자투리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을 가지고도 우리는 일생을 결정짓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할 수도 있고 소금을 뿌려 악귀를 내쫓을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80초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찍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_작가의 머리말 중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짧은 이야기 속 감동, 지혜, 창조는 이 험난한 세상을 견디기 위한 든든한 기초가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각과 마음이 든든하게 자랄 수 있는 든든한 집과도 같다. 지치고 힘들 때 찾아 들어가기 좋은 아늑한 집이 되었다가 힘든 이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집.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가야할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이 담긴 마음을 베풀 주 아는 것,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곧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바로 이 삶의 공간을 나눈다는 것이다. 삶의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각자의 세상으로 홀로 들어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부딪쳐 살아보겠다는 뜻이며 새롭고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글을 읽으며 머리를 끄덕이게 되고,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가슴속에 새기며 뜨거운 무언가로 뭉클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도 얻는다. 다치고 넘어지는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비로소 나를 돌아볼 때라는 암시이고,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임을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부족함이 많아 채워주고 싶었던 안타까운 과거의 모습도 나의 모습이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애틋한 지금의 모습도 나요, 많은 인생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도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살아 있어서 느끼고 감동하고, 길을 찾아 떠날 수도 있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매일같이 찾아오는 이 소소한 일상이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