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하루는 '겨우'라는 부사만 넘쳐났다. 겨우겨우 일어나고, 겨우겨우 밥을 먹고, 겨우겨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가고, 겨우겨우 일을 하고, 겨우겨우 잠들었다. 대구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알렉스 카츠의 인터뷰 기사도 겨우겨우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려다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청년 같은 그 뒷모습을 보고 내가 얼마나 '겨우'라는 늪에 빠져 있는지 깨달았다. _ P.89~90 지금의 나를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든다면, 이 문장처럼 '겨우겨우' 무언가를 하는 사람일 것이다.아니, '겨우겨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