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요즘 사는 맛>
무더운 여름을 이기기에 딱 좋은 에세이.
먹는 데 진심인 모든 사람을 위한 힐링 책.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책 읽기도 조금씩 가벼운 것, 더위를 이기는 것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던 차, 이 책을 추천받았다. 이번 기회에 예스@@에서 북클럽 가입도 하고, 전자책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전자책의 장점은 어디서나 휴대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곳이 지하철이나 버스 안, 또는 화장실 같은 공간이어도 시간틈새만 있으면 언제나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다만, 단점으로는 밑줄을 긋거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내 생각을 적거나 하는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능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행위는 아니어서 쉽기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전자책으로 책을 읽었다.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가, 영화배우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음식에 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낸 책이다. 아마도 배달앱 중의 하나인 <@@의 민족> 어플리케이션에서 작가들의 글을 하나씩 받아 올리는 모양인데 이 책은 그 글을 모아 엮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이 책은 일단 99퍼센트 먹는 것과 관련된 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재 매우 심각하고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당분간 이 책을 멀리하길 권한다.
작가들이 각자의 특징과 성격대로 쉽게 쉽게 적힌 글처럼 읽힌다. 하지만 작가는 작가인지라 글에서는 진한 풍미의 냄새가 진동을 하고 독자는 글을 읽으며 작가가 펼쳐내는 음식 이야기를 상상하며 뇌하수체 변연계는 극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좀처럼 식욕을 억제하기가 어렵다.
작가들의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음식에 매우 진심인, 정성 가득한 글들을 읽노라면 우리는 이내 아득하게 온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하며 오늘 점심 뭐 먹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작가들(솔직히 몇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이 책을 만들어냈는지 세어보지는 못했다.)이 각기 다른 색깔의 글을 펼치고 있어서, 작가들의 구성, 그러니까 작가 한 명 한 명이 서로 다른 음식인 셈으로, 다양한 작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풍성한 정찬을 마주하게 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작가들의 음식 이야기는,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는 부분들이 뒤따르고, 몇년 전 음식에 관한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환하게 만들어 잠시 추억에 잠기게 하고, 어떤 음식 이야기에서는 나도 여기 적힌 것처럼 한번 따라 해볼까? 하는 무모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글은 레시피를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작가 자신이 추억글, 배달 시켜 먹은 음식, 여행지에서 발견한 음식 등 기타 등등 다양한데, 심지어는 과자를 음식이라고 우기는 글도 나오기도 한다.
나는 첫 번째 김겨울 작가의 토마토 이야기나 치즈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의 추억 이야기를 떠올렸고, 나도 나만의 <요즘 사는 맛> 글을 한번 써볼까 하는 글욕심을 가져보기도 했다.
전자책의 단점은, 다 읽고나서 좋았던 부분을 휘리릭 책장을 넘겨 찾아 다시 읽는 그런 행위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휘리릭 넘겨 다시 찾기 힘든 관계로 여기서는 더 이상 설명하기 힘든 점도 양해를 구한다.
제목은 잘 뽑았다.
"맛"이 분명히 들어갔으니, 확실히 음식 에세이라 부를 수 있다.
살려니 먹어야 하는 것이고,
먹으면 살아내는 것이니,
사는 것과 먹는 것은 같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목의 "사는 맛"은,
사는 것을 힘겨운 고통의 질량으로 보지 않고, "맛깔스러운" 삶으로 치환함으로써, 이렇게 먹을 것이 가득한 세상이란, 즐겁게 살아볼만한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나름 인생책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올 여름, 이 책으로 더위를 한번 이겨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