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Q84 2

[도서]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독서후기

<1Q84> BOOK 2 - 노란 달과 파란 달의 세계

 

600쪽이 넘는 책이 한 권이 아니라 세 권까지 이어진다. 1800쪽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의 이야기는 얇게 쪼개면 다섯 권짜리 책으로도 나올만한 두께다.

무라키미 하루키의 1Q84 소설을 읽다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 유통되는 브랜드의 상품을 PPL하듯이 그대로 노출시킨다.

-음악과 영화 그리고 다른 책의 이야기를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복선으로 배치한다.

-똑같은 상황을 여러 주인공의 입을 통해 또는 생각을 통해 반복해서 알려주어 저절로 암기할 수 있도록 독자를 돕는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이나 단어 위에는 점을 찍어서, 독자가 좀더 강렬하게 그 부분을 읽도록 해준다. (그러니까 좀 친절한 작가다.)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전혀 만날 일이 없을 것처럼 따로 살아간다. BOOK1에서 보면 두 사람은 초등학생 때 같은 반이었고, 손을 한 번 잡은 것 외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를 자신의 유일한 사랑 대상자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 만날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두 사람의 관점에서 서로 다른 삶을 한 챕터씩 교차하며 서술하여 언젠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질 것을 암시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이런 서술 구조를 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BOOK 2에서 이야기는 좀더 깊숙이 전개된다.
BOOK 1에서 사실 아오마메는 1Q84라는 이름을 자신이 지었고 그저 의아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1984년 현실세계였고, 아오마메는 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BOOK 2 초반에 그 사실을 의심케 하는 반전의 문장이 하나 나온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내게 권총을 건네주고 싶지 않은 거고,"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해. 게다가 체호프는 믿을 수 있는 작가야."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BOOK2, 36쪽)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작가인 하루키의 번뜩이는 반전과 복선에 대해 깊은 울림을 느꼈다. "그걸 누가 알지?"라는 문장 하나가 슬로우모션 영상처럼 느리게 그러나 강하게 내 시선을 통과해 뇌신경으로 파고 들었다.

"그걸 누가 알지?"라는 문장은 이제 이 책의 중요한 복선장치가 될 것이다. 모든 사건, 모든 이야기에서 독자는 현실세계라고 믿고 있는 달이 하나 뜨는 세계와,
아오마메가 1Q84라고 이름 붙인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 속에서 혼란을 거듭할 것이다.

덴고는 <공기번데기>라는 고등학생의 작품을 리라이팅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Q84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덴고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덴고는 <공기번데기>라는 후카에리의 작품을 리라이팅한 데 이어, 그 작품을 기초로 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새로 써 나간다. 그 곳에서 그는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의 풍경을 그린다. 달이 두 개 떠 있는 개념은 <공기번데기>라는 작품에 이미 나와있는 것인데, 그는 이를 차용하여 자기만의 소설을 새롭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아오마메가 스스로 명명한 1Q84라는 세계의 이름이 실제로 새로운 세계로 만들어진 것처럼, 덴고가 쓰는 소설의 달이 두 개인 세계 역시 자신의 창작품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그 세계에 들어가는 판타지가 만들어진다.

"덴고는, 새로 제작되어 나온 여든여덟 개의 건반을 처음 마주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열 개의 손가락으로 허공에 조용한 물결을 만들어보았다. 그러고는 이윽고 마음을 정하고 워드프로세서 화면에 문장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해질녁 동쪽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세계의 풍경을 그는 그려나갔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곳에 흐르는 시간을.

'세상 어디든 이 복음이 널리 전해지는 곳에는 이 여인이 행한 일도 알려져 그녀를 기념하게 되리라.'" (BOOK 2-115쪽)

하루키는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차용하는데, 여기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피아니스트로 그가 피아니스트임을 잘 모른다면 이 부분이 더 강렬하게 각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클래식과 피아노 음악을 잘 안다면, 하루키의 이런 묘사가 매우 마음에 들 것이다.

 

성경 말씀과 클래식 음악을 한 데 엮은 이 부분은, <마태수난곡>을 후카에리가 불렀고, 덴고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것으로 마태수난곡에 대한 설명을 보여준다. 베다니 마을에서 문둥병(지금의 한센병) 마을에 찾아간 예수에게 한 여인이 찾아와 값비싼 향유를 들고와 그의 머리에 붓는다. 제자들이 그 비싼 향유를 팔면 가난한 사람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고 분개하자, 예수는 제자를 말리며 이 여인은 선한 일을 했다, 내 장례를 준비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여인의 행실이 널리 알려지고 기념되게 하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다 설명하고 있는 하루키의 속셈은 무엇일까. 추측해보건데 후카에리가 쓴 <공기번데기>라는 작품은 소설 속 가상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종교집단 <선구>의 비밀을 밝혀낸 실제 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이 일은 선한 일이며,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것을 성경 이야기와 마태수난곡이라는 클래식 음악을 혼용하여 복선으로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책을 읽다보면 그런 장치가 무수하게 나온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는 서사의 한 부분으로 읽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엄청나게 복잡한 씨줄과 날줄이 서로 얽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복선의 장치들이다.

가령,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끌고 온 것은 또 어떤가.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악마와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나오죠." 아오마메는 말했다. "황야에서 엄격한 수행을 하는 그리스도에게 악마가 기적을 행하라고 요구해요. 돌을 빵으로 바꿔보라고. 하지만 그리스도는 무시하죠. 기적 따위는 악마의 유혹이니까."
...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어." 남자는 말했다.
(289쪽)

~~~~~~~~~~

저자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공기번데기에서 나오는 리틀 피플의 존재는 선인가 악인가. 선도 악도 아니라는 게 BOOK 2까지 읽은 시점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이다.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 순간에 악으로 전환할지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 균형 자체가 선인 게야." (289쪽, 아오마메가 스포츠마사지로 위장하여 종교집단 선구의 리더를 죽이러 들어가서 리더와 나눈 대화 중)


리더는 아오마메에게 사실은 자기가 아오마메를 불러 들였다고 말한다. 1Q84라는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몇몇 사람에게 한정되어 있지만 1Q84 세계는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다.

공기번데기, 리틀 피플, 리시버의 퍼시버(receiver, perceiver), 마더와 도터(mother, daughter),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이 모든 것들이 1Q84에서 연결되는 장치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아오마메와 덴고가 <공기번데기>라는 작품으로 연결되고, 두 사람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 둘 실종, 소멸된다.

선구의 리더는 아오마메에게 말한다.
당신의 일을 하라,고. 마치 예수가 배신자 가룟유다에게 말한 것처럼.
대신, 그렇게 하면 네가 죽고 덴고가 산다.
만약 자신을 죽이지 않고 나가면, 너는 살지만. 덴고가 죽는다.

BOOK 2에서 아오마메는 어떤 행동을 할까.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까.

"오늘 하루 만에 몇 가지 일들이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갔어.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톱니가 덜컹 소리를 내며 한 칸 전진했다. 한번 앞으로 나아간 톱니는 다시 뒤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것이 세계의 룰이다." (398쪽)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