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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그의 향기를 느낄 때

리사 클레이파스
큰나무 | 2011년 07월

타샤의 시선이 스톡허스트의 딸을 훑고 지나갔다. 엠마는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마르고 미숙한 소녀였다. 곱슬곱슬한 머리는 당근처럼 빨개서 어디를 가든지 시선을 끌 만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리라고 타샤는 짐작했다.
그 독특한 머리에다가 키도 대단히 컸다. 이 상태로라면 180센티미터에 육박할 수도 있었다. 소녀는 그 키를 조금이라도 작게 보이려는 듯 어깨를 앞으로 쑥 내밀고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치마는 너무 짧았고 손톱은 아주 지저분했다. 눈동자는 아버지와 똑같은 아름다운 사파이어 색인데 속눈썹이 까맣지 않고 붉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수두룩하게 퍼져 있었다.
키가 큰 회색 머리의 여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각진 얼굴에 유머라곤 존재하지 않는 듯한 표정의 그녀는, 모든 가정부의 권위를 나타내주는 커다란 열쇠고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있었다.

타샤와 앞으로 그녀가 가르치게 될 스톡허스트의 딸, 엠마 스톡허스트의 만남.
스톡허스트는 런던 집에서 불이 났을 때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나와 탈출했는데, 부인은 결국 살아나지 못했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불타는 벽을 들어올렸다가 그 손이 곪아서 자를 수밖에 없어서 한 손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후작은 완벽하게 자신을 절제하는 남자 같았다.
‘아마도 그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한테조차 그렇게 믿도록 만들었겠지.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아직도 슬픔이 숨쉬고 있어.’
그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보였던 태도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네 아빠는 엄마가 행복하길 바라신단다.”
마리가 그녀에게 말했었다.
“지금 그분은 천국에 계시지만, 난 살아 있어. 난 항상 그분이 돌아가신 걸 기억하겠지만, 그 추억만 가지고 살지는 않아. 네 아빠는 나한테 남자 친구들이 있다는 걸 기분나빠하시지 않는단다. 그러니 너도 이해해야 해. 내 말 알아듣겠니, 타샤?”
타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아빠의 죽음에서 그렇게 쉽게 벗어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의 행동에 대해 내렸던 가혹한 판단들이 후회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의 태도와, 아내를 잃은 스톡허스트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는 타샤. 사별한 아내라는 찐사랑을 가진 남주라니 나이도 나이고 으으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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